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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세르비아, EU 가입위해 ‘학살자’ 검거했나

등록 2011-05-27 20:48수정 2011-05-28 00:59

라트코 믈라디치
라트코 믈라디치
‘보스니아 인종청소’ 믈라디치, 국내 친척집 멀쩡히 거주
EU 고급위 방문때 작전…“국제전범재판소 이송 문제없어”
16년 만에 붙잡힌 ‘보스니아의 학살자’는 초라한 늙은이에 불과했다.

보스니아 내전 당시 스레브레니차에서 8000명 넘는 사람의 학살을 주도한 라트코 믈라디치(69)가 체포 다음날인 27일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의 법정에 섰다. 전날에 이어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로의 이송 여부를 따지는 심리를 받기 위해서다. 전날 세르비아 방송 화면에 잡힌 그는 하얗게 센 머리에 야구모자를 눌러쓴 모습이었다.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은 듯 얼굴은 창백했으며, 한쪽 팔은 마비된 상태였다.

심리를 방청하러 온 믈라디치의 아들 다르코는 “자신은 결백하다는 게 아버지의 입장”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는 또 믈라디치가 심장발작 등의 건강 문제로 재판을 받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틀째 심리를 한 뒤 믈라디치가 재판을 받는 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믈라디치 쪽의 이번 결정에 대한 상소까지 기각되면 곧 이송이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믈라디치는 앞서 세르비아 북부 즈레냐닌 인근의 라자레보 마을에서 세르비아 보안당국(BIA)이 주도한 작전으로 검거됐다. 당시 믈라디치에게는 권총 2개가 있었지만, 저항 없이 검거에 순순히 응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체포 당시 믈라디치가 머물고 있던 곳은 친척집인 것으로 드러났다. 믈라디치는 가명은 사용했지만 수염을 기른다든지 하는 다른 위장술은 사용하지 않았다고 세르비아 현지 <비92> 방송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세르비아가 그를 비호해온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기는 대목이다. 그가 세르비아 군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얘기는 그동안에도 끊이지 않았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믈라디치가 2002년까지 군부로부터 연금을 받았으며, 베오그라드 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그의 체포 시점이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의 세르비아 방문 시점과 일치한 것은 비호 의혹을 부채질한다. 유럽연합은 그동안 믈라디치 체포를 세르비아의 유럽연합 가입 선결조건으로 내세워왔다. 유럽연합의 신규회원국 승인은 만장일치로 이뤄지게 되는데, 1995년 나토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스레브레니차에 병력을 주둔시킨 네덜란드는 학살을 막지 못했다는 수치스런 기억을 떨치기 위해서라도, 믈라디치의 체포 없이는 절대로 세르비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왔다. 이런 뜻을 애슈턴에게 재확인한 세르비아 정부가 결국 믈라디치를 내놓게 된 것이라고 <포린 폴리시>는 분석했다. 세르비아 정부는 27일 유럽연합 가입 논의를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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