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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미국, 유럽승객 개인정보 15년 보관 추진

등록 2011-05-26 21:56

가디언, 항공기 협정 초안 공개
테러·범죄·불법이민 예방 명분
신용카드·전화번호 등 정보수집
“장기간 보관은 인권법 위배소지”
미국이 항공기를 통해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승객들의 개인정보를 15년 동안 보관·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국제선 항공기 승객 수백만명의 주소와 전화번호, 신용카드 정보 등 19가지 정보가 담긴 ‘여객예약기록’(PNR)을 승객의 출국 96시간 전 항공사로부터 제출받아, 미 국토안보부의 데이터베이스에 15년 동안 보관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가디언>은 25일 이런 내용이 담긴 미국과 유럽연합의 협정문 초안(대외비)을 입수해 공개했다. 미국과 유럽은 2007년 임시협정을 맺어 테러 및 범죄 예방을 위해 출국 72시간 전 승객의 여객예약기록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협정 초안을 통해 승객의 정보를 받는 시간을 출국 전 96시간 앞으로 당기고,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가디언>은 이 협정이 통과되면 항공기 탑승을 위해 제공된 유럽 승객들의 개인정보를 테러와 범죄, 불법 이민 방지라는 명분 아래 미국이 원하는대로 데이터 마이닝이나 프로파일링에 사용하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안을 보면, 미국 국토안보부는 수집한 승객의 개인정보를 여행 6개월 뒤 개인의 신상을 가리고 5년 동안 보관했다가, 휴면 데이터베이스로 옮겨 10년 동안 보관하도록 했다. 사생활 침해 우려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휴면 데이터베이스에 보존된 정보는 안보 상의 이유 등으로 관계 당국의 요청이 있을 때 언제든 사용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로 옮겨질 수 있다.

특히 미국이 유럽 승객의 개인정보를 15년이란 유례없이 긴 기간 동안 보관하는 방안을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의 경우 여객예약기록을 5년 동안만 보관하도록 하고 있으며, 오스트레일리아와의 협정에서도 5년6개월 선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독일 헌법재판소가 개인의 통신기록 정보를 최대 6개월 정도 보관하는 게 적절하다는 결정을 내리고, 유럽연합이 5년 동안 승객 정보를 보관하는 게 인권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법률자문단의 경고가 나오고 있는 상황 속에서 15년은 과해도 너무 과하다는 것이다. 유럽의회의 얀 필립 알브레히트 의원(독일 녹색당)은 “개인정보를 5년 이상 넘게 보유하는 것은 정보보호 원칙 등 유럽 국가들의 근본적인 헌법 원칙에 어긋난다”며 의회가 이 협정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의 압박은 거세다.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회는 지난 19일 “여객예약기록은 테러에 맞서는 우리의 다층 방위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이를 공유하지 않으려는 유럽연합의 시도는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규탄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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