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아일랜드서 화해 손짓
직접적인 사과는 안해
직접적인 사과는 안해
“영국과 아일랜드 두 나라가 역사적으로 적지 않은 심적 고통과 격돌, 손실을 경험해왔다는 것은 슬프고도 유감스러운 현실이다. 험난했던 과거의 결과로 고통을 당한 사람들에게 진심어린 감회(sincere thoughts)와 깊은 연민(deep sympathy)을 보낸다.”
영국 군주로는 100년 만에 아일랜드를 국빈 방문중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8일 더블린성에서 열린 만찬에서 과거 영국의 아일랜드 지배에 대해 ‘사과처럼 들릴 수도 있는’ 발언을 했다.
이번 발언은 아일랜드 방문기간 동안 그가 보여주고 있는 과거청산 행보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18일 오후엔 아일랜드 독립전쟁 당시인 1920년 11월 영국군이 축구 경기 도중 발포해 관중 13명과 선수 1명이 숨진, 이른바 ‘블러디 선데이’의 현장인 크로크 파크 경기장을 찾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만찬사에서 ‘사과’(apology)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쓰지도 않았고, 고통을 준 주체(영국)나 고통을 받은 당사자(아일랜드)를 구체적으로 지목하는 것도 요령있게 피해나갔다. 대신에, 만찬사 첫머리인 “대통령과 친구 여러분”을 영어가 아닌 아일랜드 토착어인 게일어로 시작해 참석자들을 감동시키는 외교적 기법으로 만찬사의 부족한 알맹이를 채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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