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 아이히만
독일, 아직도 끝나지 않은 나치 청산
체포전 기밀 4천쪽 해제 거부
“아이히만, 아르헨 도피 사실
서독정부, 1952년부터 인지”
빌트, 기밀 일부 입수해 폭로
체포전 기밀 4천쪽 해제 거부
“아이히만, 아르헨 도피 사실
서독정부, 1952년부터 인지”
빌트, 기밀 일부 입수해 폭로
‘부끄러운 과거’ 청산의 모범으로 꼽히는 독일도 여전히 ‘나치’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한 듯하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10일,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 집단학살(홀로코스트)을 주도했던 아돌프 아이히만(사진)에 대한 사형선고가 이뤄진 지 50주년이 되는 오늘날까지도 독일 연방정보국(BND)이 아이히만의 전후(1940~1960년) 행적 기록 수천건에 대한 기밀해제를 거부하고 있는 것을 그 ‘증거’라고 보도했다.
독일의 일간지 <빌트>가 최근 법원의 공개명령을 통해 ‘아이히만 파일’ 몇 건을 입수해 보도했지만, 여전히 4000쪽 분량의 내용이 기밀로 묶여있는 상태다. <빌트>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서독 정부가 아이히만이 1952년부터 아르헨티나에서 도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960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그를 찾아낼 때까지 그의 소재를 몰랐다는 서독 정부의 그간 해명과 다르지만, 독일 사회에서 이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크게 확산되는 양상은 아니다.
독일의 역사학자 베티나 슈탕네트는 “많은 독일 사람들이 ‘라인강의 기적’이라 불렸던 전후 콘라드 아데나워 전 총리 시절의 긍정적인 독일 이미지만 간직하고 싶어한다”며 “이 때문에 전후 시기는 여전히 다루기 힘든 문제로 남아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아데나워 전 총리의 안보보좌관인 한스 글로브케 등 나치 전력이 있는 이들이 전후 서독 정부에 기용된데다 독일 기업들이 강제수용소 노동력을 착취했던 만큼, 당시 서독 정부가 아이히만이 입을 열지 않는 게 더 좋지 않겠냐고 판단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독일은 내부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도 과거 청산을 완전히 끝내지 못한 상태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정부는 올해 초, 2차 세계대전 당시 ‘디스토모 대학살’ 등의 피해 유가족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며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하지만 독일은 이미 다 끝난 문제라며 맞서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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