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프랑스군, 도움 요청 아프리카배 표류 방치
‘리비아 탈출’ 61명 16일만에 굶어죽어…국제법 위반
‘리비아 탈출’ 61명 16일만에 굶어죽어…국제법 위반
“살려달라”는 외침은 드넓은 지중해 한가운데서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됐다.
정정 불안과 부족 갈등을 피해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으로 피난하던 아프리카 난민 60여명이 16일간 바다 위를 표류하다 목숨을 잃었다. 영국 <가디언>은 생존자들의 증언과 자체 조사 등을 토대로, 유럽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이들의 구조 요청을 외면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8일 폭로했다. 국제해양법상 모든 배는 조난신호가 올 경우 도움을 주게 돼 있다.
참사는 지난 3월25일, 아프리카 난민 72명(에티오피아인 47명, 나이지리아인 7명, 에리트레아인 7명, 가나인 6명, 수단인 5명 포함)을 태운 작은 배가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 항구를 출발하면서 시작됐다. 여성 20명과 한살배기 등 유아 2명이 포함된 난민 일행은 정정 불안과 부족간 갈등 탓에 고향을 떠나 유럽으로 가는 관문인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으로 향한 터였다. 하지만 출발 18시간 만에 선체에 이상이 생기면서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도움 요청을 받은 난민인권단체 운영자 모세 제라이 신부는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에 구조 요청을 알렸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군’(army)이라고 적힌 헬기가 배 위로 나타났다. 하지만 헬기 조종사는 물병과 비스킷 봉지를 떨어뜨려주곤 자리를 떴다.
몇시간이 지나도록 구조의 손길은 도달하지 않았다. 남은 연료는 고작 20ℓ뿐. 선장은 가까스로 람페두사까진 갈 수 있겠다며 배를 몰았지만, 3월27일께 배는 항로를 이탈했고 연료도 다 떨어져 해류에 떠밀려나갔다.
생존 기회는 한번 더 찾아왔다. 표류하던 배가 3월29~30일께 나토의 항공모함 근처에 다다른 것이다. 생존자들은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두 아이를 안고 갑판에 나왔을 때, 항공모함에서 제트기 두대가 이륙해 자신들이 탄 배 위로 지나갔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나토 항공모함도 이들을 외면했다.
나토 항공모함을 눈앞에서 허무하게 놓쳐버린 뒤, 열흘 만에 대부분의 사람이 죽어나갔다. 출발 16일 만인 지난 4월10일, 배가 리비아 즐리탄 인근 해변으로 쓸려내려왔을 땐 탑승자 72명 중 남은 사람은 고작 11명뿐이었다. 그나마 생존자 중 1명은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숨졌고, 또다른 1명은 리비아 정부군에 체포돼 교도소에서 목숨을 잃었다.
유럽 국가들과 나토군은 난민의 구조 요청을 외면했다는 비판에 발뺌하기에 바쁘다. 구조 요청을 처음 받았던 이탈리아는 “난민들이 탄 배가 몰타의 수색·구조 지역으로 가고 있다”고 몰타에 알렸으니 할 일은 다했다는 태도다.
<가디언>의 취재 결과, 난민들의 배가 맞닥뜨렸던 나토 항공모함은 프랑스의 샤를드골호인 것으로 확인됐다. 프랑스 해군 당국은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하다가, 당시 샤를드골호가 그 지역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보도가 나오자 입을 다물었다. 유럽이 아프리카 난민들을 해상에서 막는 구실을 해왔던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에 대해 전쟁을 벌이며, 지난달에만 800명 이상이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반이민’ 정서가 드센 유럽 각국은 난민들에 대한 책임을 미루고만 있는 상태다. 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UNHCR)는 9일 난민 600명을 태운 선박 1척이 리비아 근해에서 침몰했다고 목격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발표했다. 선박 침몰에 따른 인명 피해 현황은 집계되지 않았지만, 침몰한 선박이 출발한 직후 다른 선박을 타고 리비아를 떠난 난민들은 부서진 선박의 잔해와 주검들이 바다에 떠다니는 것을 목격했다고 유엔쪽에 밝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가디언>의 취재 결과, 난민들의 배가 맞닥뜨렸던 나토 항공모함은 프랑스의 샤를드골호인 것으로 확인됐다. 프랑스 해군 당국은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하다가, 당시 샤를드골호가 그 지역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보도가 나오자 입을 다물었다. 유럽이 아프리카 난민들을 해상에서 막는 구실을 해왔던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에 대해 전쟁을 벌이며, 지난달에만 800명 이상이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반이민’ 정서가 드센 유럽 각국은 난민들에 대한 책임을 미루고만 있는 상태다. 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UNHCR)는 9일 난민 600명을 태운 선박 1척이 리비아 근해에서 침몰했다고 목격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발표했다. 선박 침몰에 따른 인명 피해 현황은 집계되지 않았지만, 침몰한 선박이 출발한 직후 다른 선박을 타고 리비아를 떠난 난민들은 부서진 선박의 잔해와 주검들이 바다에 떠다니는 것을 목격했다고 유엔쪽에 밝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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