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 인근 최소 43명 체포
영국 경찰이 ‘세기의 결혼식’을 무사히 치르겠다는 명분 아래 예비검속까지 실시하는 등 공권력을 남용해 비판이 일고 있다.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이 열린 29일 런던 경시청은 결혼식이 진행되는 지역에 통제선을 설치하고 불심검문을 할 수 있게 한 형사소송법 60조를 발동해 최소 43명을 체포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경찰이 형사소송법 60조를 발동한 것은 이날 런던 중심부 소호스퀘어에서 소규모의 무정부주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모임을 연 데 대한 대응이었다. 사복 경찰은 비틀스의 ‘노란 잠수함’ 반주에 맞춰 “우리는 모두 파시스트 정권에서 살고 있다”고 노래를 부르던 무정부주의자 1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이후에도 결혼식장 주변에서 술에 취해 소란을 부린 사람과 폭행·절도·공격용 무기를 지닌 사람 등 최소 43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결혼식을 하루 앞둔 28일 저녁에도 가벼운 시위를 벌이려던 반자본주의자와 환경론자들의 연합단체 ‘지20(G20) 멜트다운’의 활동가 크리스 나이트 등 3명을 체포하는 등 31명을 예비검속했다고 <스카이뉴스>가 전했다.
정보 기관들이 심각한 테러 위협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얘기하는 상황에서 경찰이 이렇게 강경한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경찰이 시위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것은 왕실 결혼식과 노동절(5월1일)을 앞두고 일제단속 명분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존 맥도널 하원의원(노동당)은 이를 두고 “부적절한 공권력 남용”이라며 “내무부 관계자가 하원에 출석해 이날 벌어진 일에 대해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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