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부 약속 저버려
연금 등 복리후생 축소 비난
연금 등 복리후생 축소 비난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수습에 나섰던 노동자들이 단단히 뿔났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25돌을 일주일여 앞둔 17일, 체르노빌 원전 해체작업자 2천여명이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17일 전했다. 방사능 누출 위험을 무릅쓰고 원전 사고 수습에 나선 대가로 정부가 약속했던 연금 등 복리후생이 축소된 데 반발한 것이다.
시위대는 올 들어 매달 나오는 연금 수령액이 1700흐리브냐(23만원)에서 1200흐리브냐(16만원) 정도로 축소되면서, 먹고사는 것은 물론 약값 대기도 빠듯해졌다고 호소했다. 시위에 참가한 레오니트 리트비넨코(48)는 “지난해까진 공짜로 받을 수 있던 약도 돈을 주고 사야 하는데 그 비용만도 (연금 수령액의) 절반에 달한다”며 “23살 나이에 나라의 부름을 받아 일을 하다 장애인이 된 나를 정부가 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1991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수습에 참여했던 60만명의 해체작업자들에게 비교적 후한 복리후생을 약속했다. 하지만 갈수록 각종 복리후생은 축소됐고,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질병과의 연관성 입증 요건도 더욱 강화됐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진 상황 속에서 체르노빌 원전을 봉인한 석관도 보수해야 하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런 약속 이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최근 “과거 체르노빌 원전 노동자들에게 했던 약속을 이행하는 것은 정부의 능력 밖 일”이라고 밝혔다.
체르노빌 원전을 봉쇄한 콘크리트 석관은 최근 서쪽 벽이 붕괴되는 등 급속히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전에서 150㎞가량 떨어진 수도 키예프에서도 방사능 수치가 평균의 300배가량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 보수에 필요한 비용은 10억달러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19일부터 키예프에서 열리는 ‘체르노빌 25주기 원자력 안전 정상회의’에서 사고 지역 안정화 및 환경안전 사업에 1억1천만유로(약 1650억원)를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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