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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모스크바 ‘슬픈’ 지하마을

등록 2011-04-15 21:27수정 2011-04-15 23:05

옛 소련 시절 방공호 개조
이주노동자 150여명 감금
1년 넘게 바늘·칼날 생산
러시아 ‘지하마을’을 아시나요?

지난주 러시아 경찰과 연방보안국·연방이민국은 합동 단속을 통해 모스크바 서부의 폐쇄된 한 직물 장비 제조 공장 터 아래에서 불법 이주노동자들이 거주하는 지하마을을 적발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의 14일 보도를 보면, 옛 소련 시절 만들어진 방공호를 개조한 이 마을은 바깥 쪽 차고를 통해 지상과 연결돼 있었다. 지하마을이 위치한 공장터 주변에는 4m 높이의 콘크리트 담장과 가시철조망이 둘러쳐져 있어 외부의 접근도 어려웠다.

지하마을의 공간은 대략 200㎡. 환기시설도 없는 이 좁은 공간에서 150여명의 불법 이주노동자들이 1년 넘게 살았던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현장을 급습한 경찰은 “냄새가 나서 기절할 지경인데,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그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고 러시아 인터넷 뉴스 <라이프뉴스>에 전했다.

그래도 이 좁은 공간 안에도 있어야 할 것은 다 갖춰져 있었다. 2층 침대가 구비된 남·녀 별도의 침실과 욕실, 부엌은 물론 모스크 등 예배시설도 있었으며, 일부 방엔 고급 텔레비전 세트와 정갈한 시트가 깔린 침대가 구비돼 있었다.

조사단은 지하마을 ‘주민’ 대다수가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공장주에게 감금당한 채 직물용 바늘과 칼날 등을 생산해왔던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이들 중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16명에 대해 추가 조사를 하는 한편, 나머지는 추방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이런 지하마을 적발은 최근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 2월 말께에는 모스크바 키에프스키역 아래서, 3월에는 타지키스탄과 몰도바 등지에서 온 불법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한 지하 소시지 공장이 적발되기도 했다.

불법 이주노동자의 증가는 러시아에서도 요즘 가장 큰 사회적 이슈다. 경기침체에 따라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불법 이주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뺏고 각종 범죄 발생률을 높이고 있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에는 이 문제가 인종적 갈등으로 비화돼 5000여명의 훌리건과 민족주의자들이 경찰과 충돌했다.

러시아 연방이민국은 현재 34만명의 이주 노동자가 모스크바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중 15만5000명 정도가 불법 체류자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세르게이 소비아닌 모스크바 시장은 불법체류자 수치가 200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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