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층 인턴’ 비판한 클레그 부총리 ‘특혜’ 구설수
자민당 의원들은 ‘무급 인턴’ 허드렛일에 써먹어
자민당 의원들은 ‘무급 인턴’ 허드렛일에 써먹어
불공정한 인턴 관행을 개혁해 사회적 계층 이동을 자유롭게 하겠다는 영국 연립정부의 야심찬 구상이 초반부터 꼬이고 있다. 개혁의 선봉에 나섰던 닉 클레그 영국 부총리(자유민주당)의 과거 경력이 드러나며 ‘제 눈에 들보’를 못 본 연립정부에 여론의 뭇매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클레그 부총리는 지난 5일 “너무나 오랫동안 인턴제도가 영향력 있고 인맥 있는 사람들에 의해 불공정하고 비공식적으로 운영돼 왔다”며 “아버지의 친구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능력과 의지에 의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당-자민당 연립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 계층 이동 전략의 하나로 불공정한 인턴제도를 손보겠다고 호기롭게 칼을 뽑은 것이다. 그는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비공식적인 인턴 채용을 금지하고, 무급 인턴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국세청을 통해 기업들이 최저임금제를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겠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논란은 엉뚱한 데서 불붙었다. 클레그 부총리가 발언한 바로 다음날, 그가 백만장자 아버지 덕분에 핀란드 은행에서 인턴을 했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집안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피터 캐링턴 전 외무장관의 추천으로 리언 브리턴 전 유럽연합 집행위원실에서 정식 직업을 갖기 시작했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클레그 부총리가 속한 자민당 소속 의원들이 무급 인턴을 ‘부리고’ 있는 점도 드러났다. 자민당은 연간 15명의 인턴을 두고 있는데, 이들은 3개월 이상 일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특히 <데일리메일>은 인턴들의 말을 인용해, 자민당 소속 의원들이 가장 악질적으로 인턴들을 부려먹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인턴들은 세탁물 수거, 의원 생일파티 준비 등 허드렛일을 했다고 밝혔다.
집권당인 보수당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2월, 보수당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연 파티에서 일류 금융회사·은행의 1~2주짜리 인턴 자리를 3000파운드 정도에 경매에 부쳤던 사실이 다시금 입길에 오르면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존 만 노동당 하원의원은 클레그 부총리를 겨냥해 “철저한 위선자”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정부가 대학 등록금을 최대 3배까지 높일 수 있도록 해 노동계급 학생들의 대학 진학 기회를 막아 사회적 계층 이동을 어렵게 해놓고선 인턴제로 관심을 돌리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인턴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단체 ‘익명의 인턴들’이 벌인 조사에서 영국의 인턴들 대부분이 1~3개월 정도 일하며, 82%가 인턴으로 근무한 뒤 정식 채용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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