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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표절 달인’ 독 국방장관 사임…‘검색 달인’ 누리꾼에 딱 걸려

등록 2011-03-02 19:50수정 2011-03-02 21:05

칼 도어 추 구텐베르크
칼 도어 추 구텐베르크
정계 스타 구텐베르크, ‘따다 붙인’ 박사논문 물의
독일 정계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정치인으로 미래의 총리감으로까지 거론되던 카를테오도어 추 구텐베르크(39·사진) 국방장관이 1일 인터넷 검색의 위력에 굴복해 사임했다.

구텐베르크는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의 표절시비가 제기되던 2주 전만 해도 “(바쁜 일정 속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실수”라면서 “항상 싸울 준비가 돼 있다”며 버텼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선 “내 힘의 한계에 도달했다”며 머리를 숙였다. 문제가 된 논문은 구텐베르크가 2006년 고향인 바이에른주의 바이로이트 법과대학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 <헌법과 헌법조약-미국과 유럽 헌법의 발전단계>다. 2007년도 최우수 논문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의혹은 브레멘대학의 안드레아스 피셔레스카노 교수가 이 논문의 서평을 쓰기 위해 구글검색을 하는 도중 인용도 없이 그대로 ‘따다 붙인’ 부분들을 숱하게 발견하면서 불거졌다. 지난달 16일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피셔레스카노 교수의 의견을 바탕으로, 구텐베르크가 논문 서문마저 몇단락을 통째로 끌어다 썼다는 의혹을 처음으로 보도했다.

이후 구텐베르크의 이름을 딴 ‘구텐플라그 위키’(GuttenPlag Wiki)가 개설돼 논문 전문에 대한 네티즌들의 철저한 검증이 실시됐다. 이 사이트는 1일까지 475쪽 논문 가운데 300쪽에 크고 작은 표절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일간 <벨트>가 주관한 인터넷 사임 촉구 서명에는 1일 사임 발표 직전까지 5만1500여명의 학자들이 동참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인터넷 공간에선 바바리아주 남작 가문 출신인 그에게 “따붙이기 남작” “카피베르크” “구글베르크”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들끓는 사임 여론에 대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연구 조수를 뽑은 것이 아니라 국방부 수장으로 뽑은 것”이라며 구텐베르크를 두둔했고, 본인도 박사 호칭을 쓰지 않겠다고 버텼다. 그러나 지난주 독일 의회는 구텐베르크가 의회 연구조사원들의 연구 성과를 그대로 베껴 의회 규칙을 위반했다는 결정을 내렸고, 해당 바이로이트대학도 그의 박사학위를 취소했다. 연정 내에서도 기사당 소속 구텐베르크가 올해 예정된 6개주 지방선거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가 된다며 사임 여론이 비등하기 시작했다.

구텐베르크의 사임을 두고 중도좌파 주간지 <슈피겔>은 “독일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일간 <빌트>에 대한 인터넷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구텐베르크에 대한 기사를 쓸 때마다 ‘독일 최고 인기 정치인’‘독일의 케네디’라는 표현을 써온 보수 우파 신문 <빌트>는 사임 압력을 받는 구텐베르크를 강력히 옹호해 왔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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