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명의 사상자를 낸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공항 자살폭탄테러 하루 만인 25일 러시아 지도자들이 ‘피의 보복’과 책임자 처벌을 다짐하는 등 후폭풍이 일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인 연방보안국(FSV)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테러는 러시아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협”이며 “반도들의 근거지를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항 보안상 허점을 지적하고 책임있는 자들을 색출해 처벌할 것을 지시하는 한편, 허술한 공항 보안을 보완하기 위해 이스라엘식의 엄격한 보안 검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해 공항 보안 시스템의 대대적 개편을 예고했다.
푸틴 총리는 이날 내각 회의에서 “보복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으나, 어떤 조처를 취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과거 푸틴 총리는 대통령 재임 시절 테러 위협 차단을 명분으로 활용해 자신의 통치권을 강화하고 민주주의 시민권을 제한했다. 2004년 체첸 반군이 베슬란의 학교를 점거해 330여명이 사망한 사건 직후엔 주지사를 임명제로 전환하는 조처를 취하는 등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반테러와 반극단주의 입법을 통해 경찰과 정보기관의 권한을 강화해 야당 및 언론기관의 활동을 위축시켜왔다. 이런 점에서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푸틴 총리는 자신의 입지와 통치기반이 되고 있는 보안기관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는 조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러시아 비상대책부는 35명의 사망자 가운데 영국과 독일, 오스트리아, 우크라이나,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출신이 각각 1명씩, 러시아인은 16명으로 확인됐고, 12명은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입원 치료중인 외국인 부상자는 9명이다. 모스크바에 취항중인 대한항공은 테러가 발생한 모스크바 남서쪽 도모데도보 공항이 아니라 북서쪽의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을 이용한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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