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명 사망…전문가 “캅카스 압박정책 실패 탓”
사전경고에도 대응실패…소치올림픽 안전 불안
사전경고에도 대응실패…소치올림픽 안전 불안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관문인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이 수년래 최악의 자살폭탄테러로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이 됐다. 24일 오후 4시37분께 공항 입국장에서 북캅카스 지역 여성 테러리스트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테러로 영국인 2명을 포함해 적어도 35명이 숨지고 180여명이 다쳤다. 중상자가 40명이 넘어 사망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 범인은 북캅카스 출신?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단체는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러시아 보안당국은 지난해 3월 모스크바 지하철 연쇄 자폭테러를 벌인 2명의 여성과 같은 북캅카스 출신의 ‘검은 미망인’(Black Widows)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보안 관계자를 인용해 “범인으로 추정되는 여성 자살폭탄테러범이 가방을 여는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며 “이 여성과 동행한 한 남성이 바로 옆에 서 있었으며, 폭발과 함께 이 남성의 머리 부분이 떨어져 나갔다”고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 수사당국은 현장에서 범인으로 추정되는 “아랍인 외모의 머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폭발물의 강도는 티엔티(TNT) 7kg에 상당하는 규모였으며 폭발물 안에는 피해를 확대하기 위해 철제 파편들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 끊이지 않는 테러 1차 체첸전쟁 이후 지난 15년 동안 체첸을 포함한 인근 북캅카스 지역 출신 이슬람 분리독립운동 세력에 의한 끊임없는 테러공격이 러시아에선 일상화되다시피 해왔다. 공공건물과 열차·여객기 등에 대한 테러뿐 아니라 병원·학교·극장 등 다수의 민간인을 겨냥한 테러로 주목도를 계속 높여왔다. 하루 600여편의 국제여객기가 이착륙해 러시아의 최근 경제발전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을 테러범들이 목표물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체첸전쟁을 대권 장악의 수단으로 이용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체첸 무장세력을 민족주의 세력과 이슬람 세력으로 분리해 민족주의 세력으로 하여금 체첸의 치안을 떠맡도록 하는 ‘이이제이’ 정책을 취해왔다. 갈 곳을 잃은 체첸 분리독립운동 세력은 인근 다게스탄과 인구시 등의 이슬람 분리주의 세력과 연합해 북캅카스 지역을 러시아에서 가장 불안한 지역으로 만들었다. 모스크바 카네기센터의 알렉세이 말라셴코 연구원은 “범인이 다게스탄인인가 체첸인인가는 무의미하다”며 “빈발하는 테러의 원인은 러시아 정부의 대캅카스 정책 실패에 있다”고 진단했다.
■ 자폭테러 후폭풍 사건 발생 직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다보스포럼 참석을 연기한 채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테러 근절을 지시했다. 그러나 앞으로 안전할 것이라고 믿는 러시아인들은 거의 없다. 러시아 정부는 1주일 전 테러 경고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특히 2014년 소치에서 열릴 겨울올림픽과 2018년 월드컵 개최와 관련해 테러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증대되면서 안전 확보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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