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맨제도서 일한 금융인, 어산지에 2천여 계좌 넘겨
미·아시아 등 정치인 40여명 포함…“검증거쳐 공개”
미·아시아 등 정치인 40여명 포함…“검증거쳐 공개”
전세계 거물 정치인의 탈세와 돈세탁 온상으로 주목받아온 오프쇼어뱅크(offshore bank·역외은행)의 전모가 드러나나?
스위스 금융계의 ‘내부폭로자’로 알려진 루돌프 엘머(55)는 17일 런던에서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내부고발 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에게 2천여개의 계좌 정보를 담은 시디 2장을 전달했다. 엘머는 2002년 해고될 때까지 스위스 유수의 민간은행인 율리우스베어 은행의 역외은행인 케이맨제도 지점에서 8년간 지점장을 지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융기관들과 다국적기업, 고위직 인사들이 돈을 빼돌려 사회에 해악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우리 사회가 알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시디에 담긴 내용은 즉각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아시아·유럽에서 사회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인 40여명의 비밀계좌를 포함해 다국적기업 및 조직범죄자들의 계좌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엘머는 33년간 6개국의 역외은행에서 일한 것 가운데 율리우스베어 은행이 가장 나쁜 경우였다고 주장했다.
어산지는 “넘겨받은 자료를 자체 검토하고 협력 언론기관들의 검증을 거쳐 공개할 것”이라며 “수주가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될 경우 비밀계좌를 갖고 있던 거물 정치인들과 역외은행의 도덕성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오프쇼어뱅크(역외은행)란 용어는 이들 은행들이 세금도피처로 잘 알려진 영국과 프랑스 사이 해협의 섬들에 위치했다는 데서 유래했다. 일반적으로 예금주의 거주국가 밖에 위치하며 예금주에게 조세회피(또는 경감)와 자유로운 입출금, 비밀 유지 등 금융 및 법적 이득을 보장하는 은행을 일컫는다. 케이맨제도 등 카리브해의 섬나라 등에 많지만, 스위스·룩셈부르크·안도라 등 내륙국의 일부 은행도 이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외은행은 주로 부정부패, 탈세, 조직범죄 등과 연관된 돈들이 은밀히 거래되고 세탁되는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
엘머는 2007년에도 역외은행의 부패한 관행과 자산 은닉 등의 부도덕한 관행에 관한 일부 정보를 위키리크스에 제공한 적이 있고, 스위스휘슬블로어(스위스 내부고발자)라는 사이트를 독자적으로 운용해 왔다.
율리우스베어 은행은 이날 성명에서 엘머가 “해고에 대한 보상과 관련해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은행 및 예금주들에 대한 협박을 일삼아왔다”며 “그의 목적은 우리 은행과 예금주들을 공개적으로 욕되게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엘머는 은행 기밀서류를 훔쳐 금융비밀법을 위반했다는 등의 혐의로 19일 취리히 지방법원 출두를 앞두고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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