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인식에 초강세…유로화 대비 16% 절상
디플레이션 우려…독일선 마르크화 부활 목소리도
디플레이션 우려…독일선 마르크화 부활 목소리도
유로존 위기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유럽의 변방 스위스 프랑화가 유로화 출범으로 사라지기 이전 독일 마르크화가 누렸던 ‘강한 통화’의 지위를 차지해가고 있다. 연말 국제외환시장에서 프랑화는 달러화와 유로화에 대해 연일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스위스 프랑화는 28일 런던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0.9439프랑으로 1주일 전 기록을 경신했다. 프랑화는 또 2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1주일 전 유로 대비 사상 최고치인 1.2440프랑에 근접한 1.2495프랑을 기록했다.
프랑화의 강세는 영국 및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국가들의 재정적자 우려로 투자자본들이 안전지대를 찾아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화의 유로화 대비 가치는 연초에 비해 약 16% 올랐다. 올해도 2%에 근접한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이 기대되는 스위스 경제의 안정성도 한몫하고 있다. 유로존 국가들과 달리 정부 재정은 흑자를 기록중이고 실업률은 3.8%로 유럽 최저 수준이다.
달러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에 이어 5~6위의 국제준비통화 대접을 받아온 프랑화의 강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UBS 싱가포르지점의 외환거래 책임자인 만수르 모히우딘은 “유로존의 부채위기가 스위스 프랑화에 대한 강한 수요를 낳고 있다”며 “프랑화를 ‘마르크화의 대체화폐’로 인식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이런 큰 흐름은 2020년까지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화 강세가 당사국인 스위스에는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국내총생산 5130억달러 수준에 불과한 경제규모와 수출의존적인 스위스 경제는 글로벌 쇼크를 흡수할 만한 규모가 못 되기 때문이다. 스위스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SNB)은 지난해 3월 이후 주기적으로 통화 강세를 막기 위해 프랑화를 찍어 유로화와 달러화를 매입하고 있는데, 특히 유로화 매입이 늘어나며 유로화 위기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스위스국립은행은 지난 22일 성명에서 “프랑화의 지나친 강세로 스위스 경제가 디플레이션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만큼 가격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한편 마르크화의 원산지인 독일에서는 이달 초 여론조사기관인 인프라테스트의 조사 결과 응답자의 57%가 강력했던 마르크화의 부활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통화인 유로화의 안정성을 걱정하는 독일인들은 82%에 이르렀다. 도이체방크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토마스 마이어는 “마르크화의 부활에 초점을 맞춘 일종의 티파티 운동이 독일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자민당 소속 프랑크 세플러 연방의원을 중심으로 유로화 폐지와 마르크화 부활을 노리는 풀뿌리모임이 크리스마스를 기해 첫 모임을 갖기도 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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