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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금융위기에 ‘극단적 아나키스트’ 고개 들어

등록 2010-12-30 08:45

소포폭탄 배달로 유럽 발칵
무정부단체들 연대 움직임도
유럽의 아나키즘 투쟁이 되살아나는가.

지난달 그리스 아테네에 이어 최근 이탈리아 로마 주재 외국 대사관들에 잇따라 배달된 소포폭탄이 일부 극단주의적 아나키스트들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유럽 아나키스트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탈리아 경찰은 지난 23일 로마 주재 칠레·스위스 대사관에 이어 27일 그리스 대사관에 배달된 소포폭탄은 “이탈리아 아나키스트들이 수감중인 그리스 아나키스트들과 세계 혁명전쟁에 연대한다는 뜻에서 발송한 것”이라고 28일 밝혔다. 칠레 및 스위스 대사관에선 소포폭탄이 폭발해 각각 1명이 다쳤으며, 그리스 대사관에선 불발에 그쳤다. ‘격식 없는 아나키스트 연맹’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아나키스트 그룹은 이날 “우리는 혁명전쟁을 함께 조직하자는 그리스 동지들의 호소에 화답해 다시 투쟁을 전개한다”고 주장했다. 칠레 대사관의 소포폭탄 폭발 현장에는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말과 행동으로 옮기기로 결심했다. 통치체제를 파괴하자. 아나키즘 만세!”라고 쓰인, 불에 그을린 메모가 발견됐다.

앞서 지난달 그리스 아테네 주재 각국 공관과 택배회사에서 14개의 소포폭탄이 잇따라 폭발하거나 적발되고 독일 총리실에까지 소포폭탄이 배달되면서, 전 유럽이 발칵 뒤집혔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총리도 소포폭탄의 표적이 됐다. 체포된 용의자들은 ‘불씨의 모의’라는 그리스 아나키스트 조직원들이었다. 이 그룹은 “우리는 체제전복적인 요소들이 길거리에 넘쳐나고 게릴라 투쟁이 재개되는 것을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다”며 유럽 전역의 아나키스트들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었다.

유럽연합 경찰국(유로폴)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극좌파와 아나키스트들의 테러 공격이 전년보다 43%, 2008년에 견줘 두 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에이피>(AP) 통신은 29일 보안 전문가들을 인용해 “국가기구와 금융기관을 전복하려는 유럽 아나키스트들이 기존의 느슨한 연계에서 나아가 점차 조직화, 과격화하고 있다”며 “이는 유럽의 금융·재정 위기에서 비롯한 사회적 갈등에 호응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나키즘은 흔히 무정부주의로 이해되지만 이는 협소한 시각이다. 억압적 통치기구로서의 모든 정치조직과 권력을 거부하지만, 자유로운 개인이나 집단의 결사와 연대까지 부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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