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상원에 연금법안등 일괄표결 요청
야당 표결 반대…노조 ‘전국 행동의 날’ 선포
시위대·경찰 충돌 격화…원전 가동마저 멈춰
야당 표결 반대…노조 ‘전국 행동의 날’ 선포
시위대·경찰 충돌 격화…원전 가동마저 멈춰
연금개혁법안을 강행하려는 프랑스 정부와 이에 반대하는 노동계의 갈등이 극한대결로 치닫고 있다. 프랑스 노조 지도부는 21일 상원 표결 여부와 관계없이 오는 28일과 다음달 6일을 ‘전국 행동의 날’로 선포하고 대규모 시위와 총파업을 예고했다. 민심이 떠난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를 계속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21일 상원에 24시간 내 비상투표를 해 계류중인 개정안들을 모두 통과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의사당 주변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폭동진압 경찰이 배치됐다.
에리크 뵈르트 노동장관은 이날 상원에 “정부의 일괄표결 요구는 실력행사이며, 헌법 조항을 적용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헌법 제44조는 정부의 일괄표결 요청 권한을 보장하고 있다. 은퇴정년과 연금 100% 수급 나이를 2년씩 늦추는 것이 뼈대인 개정법안은 하원 통과 뒤 상원 인준을 남겨두고 있는데, 일괄표결로 상원에서 처리되면 상·하원 합동위원회의 평가와 최종표결 없이 법안이 효력을 갖게 된다. 현재 상원에선 집권 대중운동연합이 다수당이다. 야당 의원들은 1000개가 넘는 다른 개정법안들을 내놓고 토론을 연장하면서 표결을 늦추려 하고 있다.
프랑스의 대형 노조연맹 6곳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사르코지 정부의 고집스런 태도, 여론에 귀막기, 거듭된 자극이 국민들의 행동을 촉발했다”며 “지금의 혼란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르코지 대통령은 “민주주의에서 마지막 발언권을 갖는 쪽은 말썽꾼들이 아니다”며 “(노조가) 경제와 기업,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볼모로 일자리를 파괴하고 있다”고 정면으로 맞받았다. “폭력시위자들을 색출해 처벌하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21일 리옹에선 10~20대 젊은이들이 차량을 뒤집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진압에 나섰다.
열흘째 이어진 파업·시위로 프랑스 사회의 마비 증상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특히 에너지 공급은 초비상이 걸렸다. 프랑스 내 정유공장 12곳이 모두 파업 노동자들에 봉쇄되면서, 전국 1만2000개 주유소의 4분의 1인 3000여곳의 기름탱크가 바닥을 드러냈다. 또 원자력발전소 58곳 중 최소 12곳의 원자로가 가동을 멈춰 지난 20일부터 이웃나라에서 전력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22일 새벽 파리에서 약 50㎞ 떨어진 그랑퓌 정유공장을 급습해 노동자들의 봉쇄를 풀었지만 수도권에 대한 유류 공급에 숨통이 트일지는 불분명하다.
앞서 21일 프랑스 화학산업연합은 “파업사태로 매일 1억유로(약 1570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마르세유는 환경미화원 노조의 파업으로 도시 전체가 거대한 ‘쓰레기 무덤’으로 변해가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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