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통과 저지 못하고
격화되는 시위도 우려
격화되는 시위도 우려
프랑스 국민의 ‘연금 개혁’ 반대 시위가 격화하면서, 파업을 주도한 노동계 지도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국민적인 반발에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연금개혁법안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다, 이르면 21일(현지시각) 실시될 상원의 최종 인준투표에서도 법안 통과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18~19일 시위에선 일부 파괴자들에 의해 자동차와 학교가 불타는 등 반정부 폭력시위 조짐을 보여 사르코지 정부뿐 아니라 노동계 지도부까지 긴장하고 있다. 프랑스민주노동연맹(CFDT) 프랑수아 셰레크 위원장은 이날 “파업·시위가 선동가나 경찰의 자극에 휘말려선 안 된다”며 진정할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0일 전했다.
또다른 노조 지도자는 “우리는 고등학생들을 통제할 능력이 없다. 이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라고 털어놨다. 시위가 점차 과격해지자 일부 노조는 거리를 두려는 모습도 보인다. 화이트칼라 노조인 프랑스관리직총동맹(CFE-CGC)은 19일 파업 참가가 마지막이라고 선언했다. 베르나르 반 크라이네스트 위원장은 “향후 며칠이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며 “지금은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되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노동계 지도부는 노조 가입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는 현실에서 이번 파업 시위가 정부로부터 일정한 양보를 얻어냄으로써 신뢰도와 가입률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정부의 개혁안이 강행될 공산이 훨씬 크다. 노동계 지도부로선 체면을 살리면서 파업 투쟁의 수위를 조절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공무원 노조의 한 고위 간부는 “정부는 이미 여론전에서 패배했다”며 “노동자들은 2년 뒤 대선이 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치권뿐 아니라 시민사회에서도 연금 개혁에 대한 찬반 논란은 팽팽하다. 19일 시위에 참여한 파리 시민 아니크 뤼쿠아는 <비비시>(BBC) 방송에 “사르코지는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만든다. 정부 고위 관리들은 50살에도 은퇴하면서 엄청난 보수까지 받는다. 이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릴 시민인 프레데리크 드라에는 “60살에 일을 그만두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처럼 65살까지는 일해야 한다”며 연금개혁안을 지지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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