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1년만에 3.6배로 껑충뛰어
프랑스 정부의 연금개혁법안은 은퇴연령과 연금 전면수급 개시 연령을 각각 2년씩 늘려 62살과 67살로 하는 것이 뼈대다. 유럽을 휩쓴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재정적자를 줄이는 긴축예산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8%에 이르러 사상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등 유럽의 복지 선진국들은 재정에서 연금이 차지하는 부담이 상당히 큰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내놓은 <한눈에 보는 연금 2009>라는 자료를 보면, 프랑스는 연금 지출액이 국내총생산의 12.4%를 차지해, 32개 회원국 중 이탈리아(14.0%)와 오스트리아(12.6%)에 이어 3위다. 회원국 평균 7.2%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또 65살 이상 은퇴인구의 수입 중 85.4%가 국가재정에서 지출되는 연금에서 충당돼, 역시 회원국 평균 61.1%를 크게 웃돈다.
반면 16살 이상 노동인구 중 65살 이상 은퇴인구의 비율은 28%에 이른다. 연금을 받는 은퇴생활 예상 기간도 프랑스가 남성 24년, 여성 27년으로 세계 최장이다. 기업들의 구조조정 등으로 임금노동자들의 근속 기간은 짧아진 반면 기대수명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의 연금재정 적자는 지난해 82억유로에 이어 올해에는 300억유로(약 46조5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회생과 연금개혁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2007년 대선 당시 내건 핵심공약이기도 하다. 그에 따른 성과를 2012년 대선 재선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 일자리 확충, 연금체계의 개선 등 구조적 개혁 대신 연금 혜택만 축소하는 것은 노동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불공정한 방편이라는 게 프랑스 국민들의 일반적 정서다. 연금개혁안이 시행되면 노동자들은 은퇴 이후 연금수령액이 지금의 은퇴자들보다 20%가량이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연금보험료를 내고 있는 노동자들뿐 아니라 미래 노동자들인 10대 고등학생들까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이유다. 최근 프랑스 일간 <르 파리지앵>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1%가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노조의 파업을 지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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