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실업률· 1인당 국내총생산
감세등 정부지원 힘입어
자동차산업 중심지로 성장
경제격차·문화갈등 남아
자동차산업 중심지로 성장
경제격차·문화갈등 남아
독일 동남부 작센주의 유서깊은 도시인 드레스덴은 ‘독일의 히로시마’라 할 정도로 2차대전의 비극을 극명하게 보여준 곳이다. 2차대전 말 미군과 영국군의 보복성 폭격으로 불바다가 돼 수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어진 동독 정권 아래에서 드레스덴은 폭격 흔적조차 제대로 지우지 못할 정도로 낙후됐다.
그러나 1990년 10월3일 독일 통일 뒤 20년이 흐르는 동안 드레스덴은 동·서독 통합의 성과와 당위성을 보여주는 도시로 변모했다. 4일치 <비즈니스위크>는 “작센인들의 직업윤리와 인센티브 등이 만든 성과”라며 이 도시의 놀라운 변모를 조명했다.
갑자기 찾아온 통일 직후 드레스덴의 상태도 옛 동독의 여느 지역과 다르지 않았다. 동·서독 화폐의 1 대 1 교환은 물가와 실업률을 폭등시켰고, 경쟁력이 없던 기업들은 폐업 도미노에 빠졌다. 통일 전 생산하던 자동차 트라반트는 “휘발유를 채우면 값이 배로 뛴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였다.
20년이 흘러 드레스덴은 독일이 내세우는 세계적 기업들을 유치하며 옛 동독을 대표하는 변화의 도시가 됐다. 베엠베, 폴크스바겐, 포르셰, 지멘스, 인피니온 등 쟁쟁한 업체들이 공장을 차렸다. 드레스덴이 속한 작센주 경제는 2000년 이후 11.2% 성장했다. 독일연방의 16개 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드레스덴과 작센의 성공 스토리 이면에는 통일 뒤 주정부를 운영한 기민당의 기업 유치 전략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방정부의 세금감면 등 인센티브도 한몫을 했다. 애국심도 옛 서독 기업들이 동유럽 대신 옛 동독을 선택하게 했다. 폴크스바겐 명예회장 카를 한은 작센주 출신이다.
다른 지역도 드레스덴만큼은 못돼도 통일 이후 꾸준히 발전하며 옛 서독 지역을 따라잡고 있다. 통일 직후 절반가량에 불과하던 소득수준은 70~80%까지 근접했다. ‘차라리 동독 시절이 나았다’는 불평을 뜻하는 ‘오스탤지어’(‘동쪽’(오스트)과 ‘향수’(노스탤지어)의 합성어) 도 자연적 세대교체로 상당히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한 경제 격차와 문화적 갈등으로 이질감은 남아있다. 동독 출신들은 이등국민 취급을 받는다고 불평하고, 옛 서독 지역에서는 옛 동독으로 향하는 연대세(소득의 5%) 때문에 등골이 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 ‘베를린장벽을 다시 세우는 것에 찬성하는가’라는 설문에 옛 동독인의 9%와 옛 서독인의 11%만이 찬성한 데서 보듯, 지난 20년의 성과는 이런 불만이 통일 자체를 부정하지는 못하게 만들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서독이 지배하는 독일’ 권력장벽 여전 옛 동독에서 성장한 앙겔라 메르켈(56) 독일 총리는 통독 20년 이후 동독인의 성공신화로 꼽힌다. 그러나 정작 그가 이끄는 내각엔 또다른 동독출신 각료는 한 명도 없다. 최근 빌레펠트대 사회학과 교수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독일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동독인 가운데 통일 독일의 정치·경제·과학·언론 등 엘리트층에 진입한 이는 5%에 불과하다. 독일내 순위 30위 이내의 상장기업에서 동독 출신 최고경영자는 한 명도 없다. 독일내 정치·사회학 교수의 95%는 서독 출신이다. 동독지역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일간 <베를리너 차이퉁>이나 주간 <수퍼일루>에도 동독 출신의 편집장은 없다. 동독지역에서도 정치·경제·법조·학술·언론계의 고위직 가운데 동독 출신은 30%에 불과한 것이 통일 20년이 지난 독일의 냉엄한 현실이다. 마그데부르크대학의 라지 콜모르겐 교수는 “이는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배제이며 사회적 차별”이라고 단언했다. 아프간에 파견된 독일군 6391명 가운데 동독출신은 3143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하급자들이다. 군장성에 동독출신이 한사람도 없고, 군내 하급자의 60%를 동독 출신이 차지할 정도로, 일등국민(베시)과 이등국민(오시)간의 차이는 엄연하다. 베를린을 둘러싸고 있는 브란덴부르크주의 마티아스 플라첵 총리는 동독 지역인 포츠담 출신이다. 그러나 그는 “주정부와 주 경제의 80~90%가 서독 출신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실토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많은 동독인들은 능력이 못미친다는 이유로, 능력이 되는 인사들은 공산당과 슈타시 전력 때문에 배제됐다. 빌레펠트대학 사회학교수들은 “경직된 독일 사회에선 엘리트들 대부분이 같은 성장과정과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 가운데서 충원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독일의 평균적인 엘리트는 ‘서독 중산층 출신의 백인 남성’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서독이 지배하는 독일’ 권력장벽 여전 옛 동독에서 성장한 앙겔라 메르켈(56) 독일 총리는 통독 20년 이후 동독인의 성공신화로 꼽힌다. 그러나 정작 그가 이끄는 내각엔 또다른 동독출신 각료는 한 명도 없다. 최근 빌레펠트대 사회학과 교수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독일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동독인 가운데 통일 독일의 정치·경제·과학·언론 등 엘리트층에 진입한 이는 5%에 불과하다. 독일내 순위 30위 이내의 상장기업에서 동독 출신 최고경영자는 한 명도 없다. 독일내 정치·사회학 교수의 95%는 서독 출신이다. 동독지역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일간 <베를리너 차이퉁>이나 주간 <수퍼일루>에도 동독 출신의 편집장은 없다. 동독지역에서도 정치·경제·법조·학술·언론계의 고위직 가운데 동독 출신은 30%에 불과한 것이 통일 20년이 지난 독일의 냉엄한 현실이다. 마그데부르크대학의 라지 콜모르겐 교수는 “이는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배제이며 사회적 차별”이라고 단언했다. 아프간에 파견된 독일군 6391명 가운데 동독출신은 3143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하급자들이다. 군장성에 동독출신이 한사람도 없고, 군내 하급자의 60%를 동독 출신이 차지할 정도로, 일등국민(베시)과 이등국민(오시)간의 차이는 엄연하다. 베를린을 둘러싸고 있는 브란덴부르크주의 마티아스 플라첵 총리는 동독 지역인 포츠담 출신이다. 그러나 그는 “주정부와 주 경제의 80~90%가 서독 출신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실토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많은 동독인들은 능력이 못미친다는 이유로, 능력이 되는 인사들은 공산당과 슈타시 전력 때문에 배제됐다. 빌레펠트대학 사회학교수들은 “경직된 독일 사회에선 엘리트들 대부분이 같은 성장과정과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 가운데서 충원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독일의 평균적인 엘리트는 ‘서독 중산층 출신의 백인 남성’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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