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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재선 빨간불’ 사르코지, 집시들을 희생양으로…

등록 2010-08-20 21:16수정 2010-08-21 16:08

불법체류 집시들 루마니아로 추방
“추문·개혁실패 관심 돌리려” 비판
자유·평등·박애의 나라 프랑스가 유럽의 하층민으로 전전하는 유랑집단 집시들을 내쫓고 있다.

프랑스 전역에서 불법체류 집시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온 프랑스 정부는 19일 이들의 추방을 시작했다. 이날 75명을 전세기에 태워 원국적지인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로 추방한 데 이어, 20일 130명을 루마니아 티미쇼아라로 보냈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달 안에 700여명을 추방할 예정이다. 이들은 집시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루마니아(250만명 추산)와 불가리아(80만명 추산) 출신들이다. 두 나라는 유럽연합 회원국이지만, 양국 국민들은 다른 회원국에서 3개월 이상 장기 체류할 경우 노동허가증과 거주비자가 필요하다.

집시의 단속과 추방은, 지난 7월 중순 프랑스 중부 생테냥에서 집시 1명이 경찰 검문을 피해 도망치다가 사살된 것을 계기로 집시들이 경찰서를 습격하고 방화한 사건이 발생하자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범죄·폭력과의 전쟁을 촉구하면서 벌어졌다. 우파 정부는 불법체류 집시들의 집단 캠프 폐쇄와 추방을 결정하고 대대적 단속을 벌여왔다.

국내외에선 “집시들을 희생양으로 정치적 술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집시 지원단체의 한 활동가는 “각종 추문과 개혁 실패로 2012년 재선에 빨간불이 켜진 사르코지가 단골 메뉴인 국내치안 문제를 이슈화해 관심을 돌리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달 4일엔 좌우파 정당들과 노조가 연합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예정되어 있다.

집권 대중운동연합 정치인들도 가세했다. 장피에르 그랑 하원의원은 “비시 정권의 유대인 검거와 같은 비열한 짓”이라고 비난했다. 자크 시라크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알랭 쥐페 보르도 시장은 “집시 문제는 유럽연합 차원에서만 해결할 수 있다”며 정부 정책을 에둘러 비판했다.

유엔 인종차별 철폐위원회는 개인적인 범죄보다는 민족 집단에 초점을 맞춘 “인종차별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테오도르 바콘스키 루마니아 외무장관은 “경제위기의 시점에 인기영합적인 도발적 정책이 반집시 감정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점에 우려한다”며 “차분한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간 공동접근을 촉구했다. 루마니아 정부는 집시문제 담당장관을 임명해 이달 말 프랑스에 파견할 예정이다.

프랑스는 지난해에도 비공개적으로 집시 1만여명을 추방했지만, 상당수는 다시 돌아온 전례에 비춰볼 때 강제추방 정책은 거의 효과가 없어 보인다. 현재 프랑스에는 1만5000여명의 집시가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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