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항공료만 1억8천만원?
프랑스 정부의 긴축 드라이브 와중에 국민의 혈세를 펑펑 썼다가 언론의 구설에 오른 두 명의 각료들이 결국 옷을 벗었다.
프랑스 대통령궁은 4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알랭 주아양데(56) 해외협력 및 프랑스어 사용국가 담당 국무장관과 크리스티앙 블랑(68) 수도권 개발담당 국무장관의 사의를 수용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언론인 출신인 주아양데는 지난 3월 카리브해의 프랑스령 마르트니크에서 열린 아이티 지원 국제회의에 참석하면서 정규노선 여객기를 타는 대신에 11만6500유로(약 1억8000만원)의 비용을 들여 전세기를 이용했다가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아왔다. 지난달에는 리비에라 해안의 휴양지 생트로페즈에 있는 개인별장의 증축 허가를 불법으로 받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서 비난의 희생자가 되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일 수가 없지만 많이 생각한 끝에 사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블랑 장관은 부처예산 1만2000유로(약 1900만원)로 고급 시가를 구입했다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문제가 되자 일부 대금을 지불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사르코지 대통령이 블랑에게 사임을 직접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각료회의에 참석하는 내각 각료가 아닌 각외 각료들의 사임이 최악의 지지율(26%)에 허덕이는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별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정작 야당의 사임공세를 받고 있는 각료는 이들이 아니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최측근인 에릭 뵈르트 노동장관이기 때문이다. 뵈르트는 예산장관 재직 시절 세계 최고 여성갑부인 릴리안 베탕쿠르(87)의 탈세 조사를 막아주고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두 장관의 사임은 뵈르트에 대한 야당의 공세를 막기 위한 물타기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