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보수 자민당 1당 확실
극우 자유당 제3당 떠올라
극우 자유당 제3당 떠올라
9일 치러진 네덜란드 총선에서 집권 기독민주당이 참패하고, 중도보수 성향의 자유민주당이 중도좌파 노동당을 간발의 차로 누르고 제1당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10일 개표가 99.6% 진행된 가운데, 자민당이 전체 의석 150석중 31석을 확보해 노동당을 1석 차이로 앞섰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극우파 자유당은 현재 의석 9석을 무려 24석으로 크게 늘리며 일약 제3당으로 떠올라 연정 참여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반면 지난 8년간 연립정부를 이끈 얀 페터르 발케넨더(54) 총리의 기독민주당은 20석이나 잃은 21석에 그쳐 제4당으로 떨어질 위기에 놓였다. 역시 중도 좌파 성향의 녹색당과 민주66이 그 뒤를 이었다. 발케넨더 총리는 선거 패배를 인정한 뒤 “정치적 책임을 지고 즉각 당수직과 의원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는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 이후 유로존 회원국에서 처음 치러진 총선이어서 큰 관심을 끌었다. 전 유럽을 뒤덮고 있는 ‘긴축’ 물결에 대한 대중적 반응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재정적자 근절, 소득세 인하, 은퇴연령 상향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반면 노동당은 정부지출의 ‘신중한’ 절약, 사회복지 유지, 부자 증세 등을 주장해 자민당과 대비됐다. 극우 자유당은 무슬림 이민자 수용 금지와 치안 강화 등이 핵심 공약이다.
그러나 18개 정당이 참여한 이번 총선에선 제1당 의석도 전체 의석의 20% 수준으로 과반에 턱없이 못미쳐, 차기 연정 구성에 난항이 예상된다. 마르크 루터 자민당 당수는 “어떤 정당도 연정 구성에서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달 1일까지 연정 구성을 마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선거 결과 각 정당들의 확보한 의석이 워낙 적어, 지난달 영국 총선에 이어 네덜란드에서도 좌-우 동거 정부가 탄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베아트릭스 여왕은 이날 의회 지도자들을 불러 새 정부 구성 방안을 논의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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