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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프랑스, 이번엔 ‘국가제창’ 의무화

등록 2010-02-09 19:55수정 2010-02-09 19:56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총리(가운데)가 8일 각의를 마친 뒤 이민부장관(오른쪽)과 교육부 장관을 배석시킨 채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체성 고취를 위한 후속조처를 발표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총리(가운데)가 8일 각의를 마친 뒤 이민부장관(오른쪽)과 교육부 장관을 배석시킨 채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체성 고취를 위한 후속조처를 발표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국가정체성 토론 결과 발표…학교에 국기도 걸어야
국민 62% “도움 안돼”…‘부르카 금지’ 이어 또 논란
“영광의 그날이 다가왔도다. 피의 깃발이 올랐다. …시민들이여, 무기를 들어라!…놈들의 더러운 피를 밭고랑에 뿌리게 하자.”

프랑스 국가 <라마르세예즈>의 1절 가사다. 밝은 선율이지만, 출정하는 병사들의 비장한 심정을 담은 호전적인 군가다. <라인군대의 전쟁가>에 뿌리를 둔 이 노래는, 1789년 대혁명 당시 마르세유 의용군이 부르면서 지금의 제목으로 바뀌었고 1795년 국가 선포 이후 왕정기간 동안 중지됐다가 1879년부터 프랑스 국가로 불려왔다.

프랑스에선 이민자들이 대부분인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경기 전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거나 관중들의 소요로 국가 연주가 방해받는 일이 발생하면서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사회당 세골렌 루아얄 후보는 “프랑스 축구대표 선수들이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는 건 잔인한 가사 때문”이라며 개정을 주장하기도 했다. ‘국가정체성’을 선거 이슈화했던 현 대통령인 니콜라 사르코지 우파 후보는 좌파 쪽의 주장을 일축했고, 지난해 말부터는 전국에서 350차례에 이르는 ‘국가정체성 토론회’를 벌여왔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8일, 국가정체성 토론을 통해 수렴된 의견이라며 ‘프랑스 국민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국가와 국기 문제를 들고 나왔다. 프랑수아 피용 총리는 각급 학교가 프랑스 국기를 게양하고, 학생들은 1년에 적어도 한차례 이상 국가를 부르도록 하고, 교실에는 프랑스 혁명 인권선언서를 내걸도록 한다는 등의 조처를 발표했다. 이밖에 이민자들에게 일정수준의 프랑스어 학습을 의무화하고, 새로운 국적취득자들에겐 엄숙한 귀화식에서 프랑스의 법과 가치를 존중한다는 서약을 받도록 하는 것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슬람 부르카 착용 금지에 이은 이번 조처는 프랑스 사회의 이념적인 골을 더 깊게 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 사회당은 이날 각의를 ‘국가정체성 토론의 일급 장례식’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프랑스인 절반은 토론에 비판적이었고, 62%가 “프랑스적인 것을 규정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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