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무슬림들은 얼굴과 몸을 가리기 위해 부르카(위), 차도르(아래 왼쪽), 니캅(아래 가운데), 히잡(아래 오른쪽) 등 다양한 베일을 착용한다. 부르카와 니캅은 전신을 가리는 베일이라는 점에서 금지될 가능성이 높지만, 얼굴을 드러내는 차도르와 히잡이 전신베일로 구분돼 금지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파리/AFP 연합뉴스
의회 ‘공공장소서 금지’ 가닥
위반땐 공공서비스 못받아
논란속 올안 입법 처리될듯
위반땐 공공서비스 못받아
논란속 올안 입법 처리될듯
지난해 6월 이래 프랑스에서 격론을 일으켰던 이슬람 여성들의 ‘부르카’ 착용문제가 규제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슬람 인구 500만명으로, 유럽 최대 이슬람 국가인 프랑스 의회 조사위는 26일 6개월여에 걸친 의견수렴 끝에 무슬림 여성들이 정부건물과 병원, 대중교통시설 등 공공장소에서 전신을 가리는 베일인 ‘부르카’ 착용을 규제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32명으로 구성된 조사위의 권고는 논란을 반영해 포괄적 금지보다는 부분적인 금지 결론을 내리고, 위반 여성에 대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지 말 것”을 명시했다. 지난해 6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뒤덮어 눈만 내놓는 부르카를 종교의 상징이 아니라 “여성 굴종의 상징”으로 지목하고 착용 금지를 요구한 이후, 프랑스 내에선 다양한 논쟁이 진행됐다. 공산당 소속 앙드레 게렝 등 65명 의원들의 요구로 32명의 초당적 조사위가 구성돼 △부르카 확산이 이슬람 급진화의 징조인지 △무슬림 여성들이 강제적으로 착용하는지 △부르카가 프랑스의 세속주의를 침해하는지에 대해 의견을 청취했다. 부르카 논쟁은 지난해 11월 프랑스의 정체성 논쟁으로 번지기도 했다. 우파 정부가 올 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국민들의 관심을 호도하기 위해 만들어낸 정치적 책략이라는 주장에서부터 부르카 금지가 고질적인 인종차별이라는 주장까지 국내외에서 논쟁이 계속됐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의 장 프랑수아 바야르 연구원은 “프랑스의 정체성이란 없다”며 “불법 이민자들의 착취 속에 프랑스 경제가 서 있는 현실을 무시한 논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문화다양성과 종교자유의 침해라는 외부의 시선과 달리, 프랑스 내에선 이 문제를 ‘자유, 평등, 박애’의 프랑스 혁명정신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두드러졌다.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57%가 전면적인 베일의 금지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인 사회당은 이슬람에 대한 공포를 부추긴 정체성 논쟁에 대한 반대를 이유로 보고서에 대한 인준을 거부했다. 그러나 마르틴 오브리 당수는 무슬림 여성의 부르카 착용 금지를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 다만 부르카 착용 금지법이 “이슬람 신자들을 낙인지우는 빨간딱지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에릭 베송 이민장관이 내달 결과보고서를 제출하면 부르카 착용 금지에 관한 입법이 올해 안에 처리될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시행세칙 마련 과정에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