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라퐁텐(66)
범좌파연대 가능성 커져
독일 좌파의 ‘풍운아’ 오스카 라퐁텐(66·사진) 좌파당 당수가 정계은퇴를 선언하면서 독일 정치지형에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립선암 수술을 받고 거취가 주목됐던 라퐁텐 당수는 지난 23일 “나는 정치적인 사람이고, 이번 결정은 쉽지 않았다”며 당수직과 하원(분데스탁) 의원직 사퇴를 밝혔다. 카리스마를 가진 정치지도자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좌파당은 지도력의 공백이 예상된다. 그러나 독일 언론들은 사민당과 분명하게 선을 그어온 원칙주의자의 퇴장으로 범좌파 정치세력의 연대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3년 선거에서 앙겔라 메르켈의 중도우파연정에 대항한‘적-적-녹’(사민-좌-녹색) 연합이 실질적 도전세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중을 사로잡는 연설과 상대의 기를 꺾는 독설로 유명한 라퐁텐은 1990년 통독 이후 첫 총선에서 사민당의 총리 후보로 나섰다가 기민당의 헬무트 콜에게 패배했으나, 1995년 다시 당수로 복귀했다. 1998년 총선에서 승리해 최초의 적-록 연정을 탄생시키며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연정의 재무장관에 취임했지만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슈뢰더 총리와 불화로 6개월만에 사퇴했다. 결국 2005년엔 사민당 내 좌파계열인 ‘노동·사회 정의를 위한 선거대안’을 이끌고 우경화한 사민당을 탈당했고, 2007년 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민사당과 함께 좌파당을 창당했다. 라퐁텐은 2005년 선거에서 8.7%였던 지지율을 지난해 9월 선거에서 11.9%로 끌어올리는 등 사민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대거 끌어들였다. 라퐁텐은 원칙주의적인 좌파 성향으로 인해 <이코노미스트>로부터 재무장관 시절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정치인”이라는 칭호를 받기도 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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