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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아일랜드 성직자 아동학대 은폐 파문

등록 2009-11-27 20:33

교회·정부 성폭력·구타 알고도 쉬쉬…다른 교회 보내거나 조사안해
아일랜드 가톨릭 교회 고위층과 정부가 일부 가톨릭 성직자들의 성폭력과 구타 등 아동 학대행위를 알면서도 감추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과 아일랜드 언론들은 26일 아일랜드 더블린 교구가 지난 1975년~2004년 사이에 걸쳐 관내 성직자들이 자행해온 아동학대 실태에 관한 내놓은 두 번째 보고서의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750쪽 분량의 이번 보고서는 교회와 정부 당국이 아동학대 혐의를 받은 46명의 성직자들을 어떻게 조처했는지를 조사한 것이다. 앞서 지난 5월에는 가톨릭 교회 소속 소년원과 고아원 등에서 이뤄진 아동학대 실태를 조사한 1차 보고서가 나왔다.

이번 보고서는 “교회가 어린이들을 보호하기보다 교회의 평판을 더 우선시했다는 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교회 지도부가 아동학대를 자행한 성직자들의 범죄행위를 고발하지 않는 대신 그들을 다른 교회로 보냄으로써 또다른 피해자들이 생겨난 사실도 지적했다. 지금은 은퇴한 추기경 1명과 이미 세상을 떠난 대주교 3명 등 아동학대 사실을 은폐했던 고위 성직자들의 이름도 공개했다.

정부의 직무 유기도 지적됐다. 경찰 등 관계당국이 성직자들을 사법조처의 대상 밖에 있는 것으로 여겼으며, 일부 경찰 간부들은 아동학대 사실을 접하고도 이를 조사하지 않고 교회 당국에 알려줬다는 것이다.

더블린 교구의 현 교구장인 다이어무드 마틴 대주교는 “어떤 말로도 충분한 사죄를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모든 피해자들에게 사죄와 슬픔과 수치심을 표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아일랜드 가톨릭의 최고위 성직자인 숀 브래디 추기경도 “상처받은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사죄한다”고 밝혔다. 아일랜드 정부 또한 성명을 내어 “사태의 역사적·사회적 원인이 무엇이든간에, 정부는 관계당국이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것에 대해 무조건 사죄한다”고 밝혔다. 더모트 어헌 법무장관은 “혐오감과 분노로 보고서를 읽었다”며 “범죄자들이 숨을 곳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학대를 경험했던 피해자들은 대체로 환영했다. 마리 콜린스는 “학대 피해자들, 특히 피해 사실을 공개한 뒤 교회로부터 ‘거짓말쟁이’라는 중상까지 받았던 이들에게 이번 보고서는 기나긴 여정의 끝”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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