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12일 크렘린궁에서 취임 이후 두번째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신화 연합뉴스
의회서 ‘민주주의’ 강조 파격 연설
“푸틴서 독립 원하는 것처럼 보여”
“푸틴서 독립 원하는 것처럼 보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파격적인 연설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의 본격적인 차별화와 홀로서기에 나섰다.
메드베데프는 12일 크렘린궁에서 진행된 연례 의회 연설에서, 러시아가 민주적이고 첨단기술이 발전한 사회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국가를 불안정하게 하려는 시도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지만, 이날 연설의 초점은 ‘변화’에 맞춰졌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메드베데프가 이날 연설에서 정치·경제의 자유주의적 개혁과 푸틴 전 대통령의 유산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했다”고 보도했다.
메드베데프는 “21세기 러시아는 다시 한번 모든 분야에서 현대화를 요구받고 있으며, 그 기반은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주의라는 가치와 제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소비에트 시절의 석유 기반시설과 핵무기의 잔해 위에서 활기를 잃고 있으며, 향수와 선입관에 사로잡힌 외교정책을 펴왔을 뿐 아니라, 법 집행이 파렴치한 기구들로 헝클어지곤 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자신의 정치적 대부이자 냉전시절 옛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에서 잔뼈가 굵은 푸틴의 국수주의적 성향과는 상당히 다른 시각일 뿐 아니라, 자칫 정치적 자살폭탄이 될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발언이다.
메드베데프는 청중석의 맨 앞줄에 앉은 ‘실세 총리’ 푸틴을 의식한 듯 “‘민주주의’라는 구호를 내걸고 배를 전복하거나 정부를 흔들거나 사회를 분열시키는 어떠한 시도도 제지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연설 전체의 맥락에서 이는 부차적인 수사에 가까웠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무려 100분에 걸친 연설에서 메드베데프는 자신을 푸틴으로부터 독립시키려 열망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촌평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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