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니콜라 사르코지(54) 프랑스 대통령, 도미니크 드 빌팽(55) 전 총리
5년 전 음해사건 진실공방
프랑스 우파의 거물 정치인인 니콜라 사르코지(54·왼쪽) 대통령과 도미니크 드빌팽(55·오른쪽) 전 총리의 앙숙관계가 끝내 법정에 서게 됐다. 파리형사법원은 21일 드빌팽을 피고석에 앉힌 채 프랑스 정치사에서 전례 없는 음해사건에 대한 재판을 시작했다. 주요 원고 중의 한 사람인 사르코지는 2007년 대선 과정에서 드빌팽이 자신의 대선 승리를 막기 위해 근거 없는 음해공작을 벌였다고 주장해 왔다. 이날 재판이 열린 법정은 1793년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단두형을 선고했던 바로 그 법정이다. ‘클리어스트림’ 재판으로 불리는 이 사건의 발단은 두 사람이 시라크 대통령의 유력한 후계로 경쟁하던 2004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룩셈부르크의 금융기관인 클리어스트림에 사르코지를 포함한 유명 정치인들과 기업인 등 40여명이 비밀계좌를 갖고 있고, 검은돈의 출처는 1991년 프랑스가 대만에 판 프리깃함 판매 과정에서 나온 15억파운드의 뇌물이라는 내용의 투서가 수사판사에게 송달됐다. 수사판사는 이 문서가 허위라는 사실을 곧 확인했지만, 프랑스 정보당국은 이 사건에 대해 특별조사를 벌였다. 사르코지는 자신을 음해하기 위한 조직적인 음모라며, 드빌팽과 시라크를 배후로 지목하고 40여명의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드빌팽은 이날 부인과 자식들과 함께 재판정에 들어서면서 “한 사람의 집요한 의지 때문에 여기에 섰다”며 “진실이 밝혀져 자유인으로 면죄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판은 드빌팽이 이 명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고, 가짜 문서인지를 언제 알게 됐느냐가 관건이다. 한달 동안 진행될 이번 재판 동안에 프랑스 정부의 거물 정치인들과 전직 고관 등이 증인으로 출두할 예정이며 선고까지는 수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르코지는 대통령의 면책특권 때문에 다른 40여명의 원고들과는 달리 법정에 출두하지 않는다. 유죄가 선고될 경우 드빌팽은 최고 5년형 또는 37만5000유로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