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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경제위기 한파에 유럽의회 선거 좌파 ‘쓴잔’

등록 2009-06-08 20:50수정 2009-06-08 21:57

2009 유럽의회 선거 예상 의석수
2009 유럽의회 선거 예상 의석수
사회당그룹 의석비중 6%P 감소…중도우파 최대석 지킬듯
“좌파정당, 경기침체 우려 해소 실패”…투표율 역대 최저
7일 끝난 유럽의회 선거에서 우파는 약진했고, 좌파는 고배를 마셨다.

영국의 극우정당이 처음으로 임기 5년의 유럽의회에 진출한 반면, 독일의 사회민주당은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유럽연합의회가 8일 발표한 예상의석 수를 보면, 전체 736석 가운데 보수 성향의 중도우파 유럽국민당 그룹(EPP)이 267석으로 최대 의석(36.5%)을 지킬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당 그룹의 예상의석은 현재 282석보다 조금 줄어든 것이지만, 이번 선거의 전체 의석이 기존 785석에서 49석 줄어든 점에 견줘보면 의석 비중은 0.4%포인트밖에 줄지 않은 것이다.

대표적인 좌파계열인 사회주의당 그룹(PES)은 159석(21.6%)으로, 의석 비중이 6%포인트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정통 좌파그룹은 33석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특정 정파에 속하지 않은 기타 그룹이 의석 비중을 3배 이상 늘린 90석을 얻어, 좌파 정당들에 대한 지지표 감소치의 대부분을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우향우’ 성향이 뚜렷해진 이유는 무엇보다 세계 경제위기 속에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등 주요국 유권자들이 좌파 정부의 실정에 책임을 물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영국 노동당을 이끄는 고든 브라운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보수당에 크게 뒤지면서 또 하나의 결정타를 맞았다. 독일 사회당 블록의 마틴 슐츠 의원은 7일 “오늘 밤은 유럽의 사회민주주의에 슬픈 날이다”며 큰 실망감을 표시했다. 반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에서는 집권 우파정당을 이끄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정치적 입지를 탄탄히 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좌파 정당들이 경기침체에 대한 광범위한 우려를 자기 자산으로 삼는 데 실패하면서, 이민자정책에 반대하는 극우파와 유럽연합에 회의적인 정당들이 강경 발언을 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우파 정당들은 “이번 선거결과가 세계 경제위기 국면에서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에 반대하는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는 걸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유례없이 낮은 투표율도 좌파 정당의 득표율 감소에 한몫 했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유럽의회 선거가 시작된 1979년 62% 이래 가장 낮은 43%에 그쳤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차기 유럽의회에서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각국의 정부규제 강화 방침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잇따라 내놓은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에 대한 금융규제 강화방안에 대해서는 새로 구성될 의회에서 부정적 기류가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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