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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구르카 용병’ 영국 정착 길 열렸다

등록 2009-05-01 01:20

하원서 조건없는 영주권 보장 법안 통과
식민지 용병에서 종주국 시민으로.

200년 가까이 영국군의 선두에서 용맹을 떨쳐온 네팔 구르카족 용병들이 영국에 정착할 수 있게 됐다. 영국 하원은 29일 모든 구르카 용병들에게 조건 없이 영국 영주권을 주는 법안을 267 대 246으로 통과시켰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구르카 용병들은 자신들에게도 영국 시민과 똑같은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며 영주권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노동당 정부는 1997년 홍콩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구르카 용병들에게만 영주권 신청 자격을 주겠다며 소극적 태도를 보여 왔다. 이날 노동당 다수의 하원에서 소수 야당인 자유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이 하원을 통과함으로써, 고든 브라운 총리는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자유민주당 쪽은 노동당 의원 28명도 찬성표를 던졌다고 주장했다. 닉 클레그 자유민주당 대표는 “이번 표결은 오랜 기간 정의를 기다려온 구르카족의 승리, 의회의 승리, 법질서의 승리”라고 말했다. 필 울라스 이민담당장관은 “5월 말까지 구르카족의 영주권 신청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구르카 용병은 1815년 영국이 네팔을 점령할 때 가장 맹렬하게 맞서 싸운 구르카 부족 전사들 중 일부 포로를 동인도회사의 사병으로 채용한 것이 시초다. 이후 구르카 용병은 홍콩·말레이시아·키프로스·코소보 등 주요 전장에서 영국군으로 싸웠으며, 2차 세계대전 때는 20만명이 참전해 4만3000명이 전사하기도 했다. 지금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3500여명이 복무중이다. 전통 무기인 쿠크리 단검을 사용하는 이들의 용맹함은 정평이 나 있다. “비겁한 겁쟁이가 되느니 죽는 게 낫다”는 게 구르카 부대의 좌우명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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