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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무덤이 된 중세 유적도시

등록 2009-04-07 21:13수정 2009-04-07 23:25

6일 강진이 발생한 이탈리아 중부 세인트엘리아 마을의 한 무너진 교회 건물 잔해 더미에 ‘성 요셉과 아기 예수’ 상이 서있다. 이탈리아 중부를 이번 강타한 강진으로 지금까지 150명 이상이 숨졌다.  
 세인트엘리아/AP 연합
6일 강진이 발생한 이탈리아 중부 세인트엘리아 마을의 한 무너진 교회 건물 잔해 더미에 ‘성 요셉과 아기 예수’ 상이 서있다. 이탈리아 중부를 이번 강타한 강진으로 지금까지 150명 이상이 숨졌다. 세인트엘리아/AP 연합
이탈리아 대지진 ‘건축박물관’ 라퀼라 초토화
사망 207명·이재민 7만여명…힘겨운 구조작업
6일 새벽 이탈리아 중부 아브루초 지역을 강타한 리히터 규모 6.3의 강진은 유서 깊은 고도 라퀼라를 한순간에 폐허의 잿더미로 바꿔놓았다. 라퀼라는 이번 지진의 진앙지여서 피해가 집중됐으며, 반경 30㎞까지 강력한 지진파가 퍼지면서 인근 마을들도 사실상 초토화됐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7일 전했다.

7일 피해 지역을 방문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현재까지 207명, 실종자가 15명이며, 1천여명의 부상자 가운데 100명 이상이 중상이라고 밝혔다.

인명 피해 외에도 도시 자체가 중세 건축 박물관이라 할 만한 라퀼라의 피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다. 라퀼라는 13세기 초 신성로마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2세가 교황 권력에 맞서는 요새로 건설하기 시작해 아들 콘라드 6세 치세인 1254년에 완성된 전형적인 중세 성곽도시다. 라퀼라는 이탈리아어로 ‘독수리’란 뜻이다.

건물 1만여채가 파괴돼 7만여명이 집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파괴된 건물들 대다수는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다. 로마네스크, 고딕, 바로크, 르네상스 등 수세기에 걸친 건축양식의 변화를 한눈에 보여주는 성당과 집회소 등 역사적 건물들도 속절없이 부서지거나 무너져내렸다.

13세기 교황의 대관식이 열렸던 산타마리아 콜레마조 바실리카의 일부가 붕괴된 것을 비롯해 성당들의 돔, 산 베르나르디노 바실리카의 종탑도 산산조각이 났다. 1548년에 건립된 이 도시의 관문 포르타 나폴리도 무너졌다.

주세페 프로이에티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은 “역사적 기념물들이 엄청난 손상을 입었다.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며 “민간구호팀이 구조와 수색 작업을 마친 뒤에야 문화재 관계자들이 유적의 손실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에 투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퀼라대 학생인 루이지 알폰시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기숙사 계단을 내려오려 했지만 한층 전체가 무너져 버렸다”며 “주변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 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고 몸서리쳤다.

구조팀은 지진 이틀째인 7일에도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린 생존자 구출과 주검 수습에 온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피해 규모가 워낙 커 병실은 물론 이재민을 수용하기 위한 임시 텐트와 구호 장비 등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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