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사진)
“정부, 경제위기에 늑장 대응”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경제위기에 늑장대응을 하고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이례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모스크바 외곽 살류트 엔진제작 공장에서 열린 회의에서 “지난해 10월 정부가 발표했던 경제정책 가운데 겨우 30%만 실행에 옮겨졌다”며 “상황이 악화되는 속도보다 정책 집행 속도가 심각할 정도로 느리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질타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이번 발언은 메드베데프가 독자 행보를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지난해 대선 때 푸틴의 후임으로 당선된 메드베데프는 독자 노선을 추진하려다 번번이 좌절하며, 푸틴의 ‘꼭두각시’라는 비아냥을 받아 왔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국내에서 발생한 사안들과 중요한 정책 결정에 대한 최종 책임은 본인이 스스로 감당하며 누구와도 책임을 분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푸틴과의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이날 발언은 악화되는 러시아 경제상황의 책임을 푸틴에게 돌린 셈이다. 고유가에 힘입어 2008년 중반까지 연평균 7% 이상의 고속성장을 해온 러시아 경제는 지난해 8월 그루지야 전쟁과 세계 금융위기의 암초에 부딪친 이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루블화 가치는 지난해 8월에 비해 20% 가량 떨어졌고, 지난해 4분기 산업생산도 6%나 줄었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지난해 12월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정치 컨설팅업체 유라시아 그룹은 러시아의 올해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3%에도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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