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저녁 8시이후 광고 금지
노조 “정부영향력 강화” 파업돌입
노조 “정부영향력 강화” 파업돌입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공영방송 광고 금지 조처가 5일 저녁 시작되자 공영방송 노조가 정부의 방송장악 의도를 비판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프랑스 정부는 공영방송 채널에서 황금 시간대(저녁 8시~오전 6시) 광고를 금지하는 조처를 이날부터 시작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공영방송 사장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방송 개혁안을 함께 추진하고 있어, 정부가 방송 통제 강화에 나섰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공영방송의 광고 금지 조처는 단계적으로 확대돼 2011년께는 공영방송에서 완전히 광고가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광고 폐지로 공영방송이 시청률 경쟁에서 벗어나게 돼 방송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광고 폐지로 부족해진 재원은 민영방송 광고료에 대한 세금 인상과 인터넷·휴대전화 사업자 등에 대한 신규 세금 부과를 통해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공영방송 노조는 광고 폐지로 민영방송만 혜택을 보고, 정부의 공영방송에 대한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3>의 노조원 네 명 중 한 명이 이날 파업을 시작했고, <프랑스2> 직원들도 7일부터 파업에 들어간다. 이들은 특히 친 사르코지 성향의 최대 민영방송 <테에프1>(TF1)이 황금 시간대 광고를 독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회당도 반발에 합세했다. 이들은 사르코지가 광고 폐지와 함께 공영방송 사장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을 크게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공영방송 사장 임명권이 대통령에게로 넘어가면 방송의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라며, 대통령과 상·하 양원 의장의 추천을 거쳐 임명되는 9명의 최고시청각위원회(CSA) 위원들이 선임하는 기존 방식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르코지 취임 이후 언론 장악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사르코지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테에프1>의 저녁 8시 메인 뉴스 진행자를 해임시키고, 한때 염문설이 돌았던 로랑스 페라리를 기용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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