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등 12개 수출국 합의 “값싼 천연가스, 잊어라”
석유에 이어 천연가스 시장에도 강력한 국제 카르텔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스수출국포럼(GECF)은 2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연례총회를 열어 석유수출국기구(오펙)를 본뜬 새 기구를 창설하기로 합의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값싼 천연가스 시대는 끝났다”며 소비자들은 앞으로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슈마트코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포럼 가입 회원국들이 새 강령에 합의했으며, 본부는 카타르 도하에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16개 회원국 중 러시아, 이란, 알제리,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이집트, 이란, 카타르, 리비아, 트리니다드토바고, 적도기니, 나이지리아 등 12개 가스 수출국 장관이 참석했다. 노르웨이와 카자흐스탄이 각각 옵서버와 초청국 자격으로 참가했다.
지난 2001년 7월 이란 테헤란에서 결성된 가스포럼은 전 세계 가스 매장량의 73%, 생산량의 42%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협의체 수준에 머물렀다. 가스포럼 관리들은 이번 회의의 목적이 오펙과 같은 카르텔을 만들어 가스 가격을 조정하려는 것이라기보다 시장동향 분석과 공동 연구 등이 주요 내용인 강령 승인을 위한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수요·공급에 따라 시장 가격이 매일 바뀌는 석유와 달리, 가스는 대부분 연간 고정가격으로 수출입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거래돼 카르텔 조직의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가스 카르텔이 시장을 왜곡할 뿐 아니라 가스 수출국들의 정치·경제적 영향력 증대로 안보에도 위협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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