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레테름(사진)
출범 9개월만에…은행 매각 관련 판사접촉 드러나
금융위기의 ‘불똥’이 벨기에 정부로 튀었다.
벨기에 최대은행 포르티스 매각에 반대하는 소송을 두고 정부가 재판부에 ‘입김’을 행사한 것이 드러나면서 삼권분립 훼손 논란이 일어 이브 레테름(사진) 총리가 이끄는 내각이 9개월 만에 사퇴하게 됐다.
알베르 2세 벨기에 국왕은 22일 이브 레테름 총리가 이끄는 내각의 사임을 공식 수락했다.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내 이 사실을 전하고, “레테름 총리 내각이 후임 총리 지명 때까지 국정을 책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날 벨기에 정부가 전 세계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붕괴된 첫 사례라고 보도했다.
벨기에 정부는 지난 10월,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파산 위기에 몰린 포르티스 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이 은행의 은행·보험 사업부문을 프랑스 비엔피(BNP)파리바 은행에 매각키로 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정부가 은행 부문의 지분(49%)만 갖고 있을 뿐, 보험 쪽 지분은 갖고 있지 않다며 매각에 반대하는 소송을 냈다. 이 과정에서 정부 관계자가 유리한 판결을 위해 재판부 판사들과 접촉했던 사실이 드러났고, 야권은 내각 사퇴를 주장했다.
이후 진상 조사에 나선 대법원이 “법적으로 확고한 증거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정부가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고 했던 정황이 있었다”고 하자, 19일 레테름 총리를 비롯한 내각 전원이 사퇴 뜻을 밝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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