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사진)
유럽경제회의 배제·지지율 추락…
‘왕따’ 논란도…“경제살릴까” 지난해보다 17%p
“만인의 연인에서 속죄양으로…”
‘조용한 리더십’으로 높은 지지를 받아왔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가 위기에 몰리고 있다며 공영방송 <도이체 벨레>가 3일 보도한 내용이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나타난 경기후퇴에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니냐는 게 메르켈 총리에 대한 비판의 핵심이다.
메르켈은 2005년 취임 이후, 2008년 균형예산을 처음 달성하는 한편 기후변화 대책 논의를 주도하며 국내외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아왔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그는 유럽 각국이 내놓는 경기부양책을 ‘비효율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며, 감세 등 추가 경기부양책 도입 여부에 유보적인 입장이다. 메르켈의 태도는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생각하다 날 새겠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오는 11~12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될 ‘글로벌 유럽 정상회의’에 독일이 배제되면서 ‘왕따’ 논란까지 제기됐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주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유럽 정상이 참여하는 회의에 유럽 최대 경제인 독일이 초청받지 못한 것이 메르켈 총리의 독자적 행보에 대한 일종의 응징이라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가 유럽 차원의 대규모 경기부양 계획에 반대하는 독일을 논의 과정에서 배제하는 한편 독일의 반대를 어떻게 처리할지 의견을 모으는 ‘대책회의’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독일 정부나 메르켈 총리를 배척하기 위한 식으로 계획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제 독일 정부도 경제를 살리기 위한 행동을 취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독일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온다. 녹색당이 메르켈을 ‘마담 노(No)’라고 비판한 것을 비롯해, 집권연정에 참여하는 기사당(CSU)마저 감세를 요구하고 나섰다. <슈피겔>은 지난주 ‘겁쟁이 메르켈’이란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통해 “전 세계가 버락 오바마를 기다리고 있고, 유럽은 니콜라 사르코지에 환호하고 있지만, 독일에선 메르켈이 과연 제대로 된 위기 전략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며 독일 정부의 위기 대책이 국내는 물론 유럽 내에서도 강한 비판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독일 <아에르데>(ARD) 방송이 지난 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메르켈이 독일의 경제를 살릴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2%에 그쳐, 지난해보다 17%포인트나 떨어졌다. 메르켈 개인에 대한 지지도 역시 6%포인트나 떨어진 6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반한 ‘민심’은 내년 9월 치러질 총선의 경쟁자인 사민당(SPD)의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에게로 고스란히 옮겨갔다. 슈타인마이어의 지지율은 6%포인트 상승한 74%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이체 벨레>는 “오바마와 브라운, 사르코지가 제시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좋은지, 아니면 메르켈이 옳은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메르켈은 자신이 선택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에서 대가를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도이체 벨레>는 “오바마와 브라운, 사르코지가 제시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좋은지, 아니면 메르켈이 옳은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메르켈은 자신이 선택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에서 대가를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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