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대비 가치 23% 폭락…유로화 채택 가능성 솔솔
금융위기 이후, 영국이 파운드화를 포기하고 ‘유로존’에 가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주제 마누엘 바호주 위원장은 프랑스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영국 국민 다수가 여전히 반대하고 있지만, 영국이 유로존에 가입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밝혔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1일 보도했다.
그는 “일부 영국 정치인들이 나에게 ‘우리가 유로화를 채택했더라면 상황은 지금보다 나았을 것’이라고 얘기했다”며 “영국의 유로존 가입이 가까운 미래에 실현되진 않겠지만, 이미 일부 인사들이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호주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영국 정부는 “유로에 대한 우리의 입장에는 변한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영국은 그동안 유럽의 금융센터(런던)란 지위를 유럽중앙은행(ECB)이 있는 독일(프랑크푸르트)에 뺏길까봐 파운드화 사용을 고집해왔다. 하지만 세계적 신용경색으로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파운드화 고수 방침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23%나 하락했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13% 떨어진 것에 비하면, 영국이 유로존 가입국에 비해 금융 위기로 인한 타격을 더 받고 있는 셈이다.
바호주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금융위기 이후 투기 세력의 공격으로 자국 통화가치가 폭락하는 피해를 입은 덴마크가 유로존 가입을 재추진하는 가운데 나왔다. 덴마크의 경우, 2000년 국민투표에서 유로존 가입을 부결시킨 바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통화가치가 폭락하자,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총리는 최근 유로화 채택 여부를 2011년에 국민투표에 다시 부치겠다고 밝혔다.
현재 덴마크 외에도 아이슬란드와 스웨덴가 유로존 가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이슬란드는 유럽연합에는 가입하지 않은 채, 유로화만 채택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아이슬란드 국민 68%가 유로화 채택에 찬성했다. 현재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중 15개 나라만이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에 속해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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