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복귀, 2020년까지 집권” 관측…상원 인준 앞둬
러시아 르네상스인가, 차르의 재림인가?
러시아 국가 두마(하원)가 19일 대통령과 하원의원 임기 연장을 뼈대로 한 개헌안에 대한 2차 독회에서 351대 57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러시아 일간 <프라우다>는 이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개헌안을 제출하자마자,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권좌에 복귀시켜 최대한 장기집권하도록 하려는 것”이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11일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현행 4년인 대통령과 하원의원 임기를 각각 6년과 5년으로 늘리는 개헌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푸틴 총리가 이끄는 집권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과반을 차지한 러시아 하원은 지난 14일 1차 독회에서도 개헌안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공산당만이 “러시아의 전체주의적 흐름”을 경고하며 반대표를 던졌을 뿐이다. 온건 자유주의 성향인 통합민주당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공동의장은 “대통령 임기 연장을 위한 개헌은 민주주의에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러시아 의회는 개헌 등 중요법률의 경우 신중한 심의를 위해 하원에서 세 차례의 독회를 모두 통과해야 상원 인준에 부칠 수 있다. 개헌안은 이제 두마에서의 3차 독회와 상원 인준만을 남겨두고 있는데, 무난히 가결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최근 “다음 수순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사임하고 내년에 조기 대선을 치러 푸틴이 복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럴 경우 푸틴 총리는 대통령의 중임까지 허용하는 현행 헌법규정만 적용해도 2020년까지 최대 12년 집권이 보장된다. <러시아 뉴스위크>의 미하일 피쉬먼 편집장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푸틴의 계획을 실행하는 것일 뿐”이라며 “푸틴 총리는 스탈린 이후 가장 막강한 권력자”라고 말했다.
앞서 푸틴 총리는 지난 5월 대권을 후계자인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넘기면서, 2020년까지 러시아를 경제규모 세계 5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3만 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2020 푸틴 플랜‘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의 시한은 공교롭게도 푸틴의 집권 보장기한과 맞아떨어진다.
이런 가운데 푸틴 총리는 20일 의회에서 여당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정책기조 연설을 할 예정이어서 현재의 금융위기 및 향후 구상과 관련한 내용이 나올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고 <아에프페>(AFP)통신이 19일 보도했다. 보리스 그리츨로프 하원의장은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0일 의회에서) 모든 시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이 논의될 것이며, 푸틴 총리가 ‘위대한 국가를 위한 가치있는 미래’로 명명된 ‘푸틴 플랜’에 대해서도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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