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러시아 정상회담서 “유럽안보에 도움 안돼”
러시아-그루지야 전쟁 뒤 불편한 관계였던 유럽연합(EU)과 러시아가 14일 프랑스 니스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관계 복원과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안보 등 다양한 현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유럽연합 순회의장국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미국이 추진해온 미사일방어체제(MD) 동유럽 배치에 반대 뜻을 밝혀, 버락 오바마 차기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미사일 방어체제의 미래가 국제사회의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이 체코와 폴란드에 미사일 방어기지를 설치하려는 계획은 유럽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어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미사일 배치에 대한 우려를 밝히고, 범 유럽의 새로운 안보상황에 대해 협의하기 전에는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도록 촉구했다”고 밝혔다. 동유럽을 무대로 펼쳐지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의 미사일 배치 신경전에 대한 유럽의 우려를 표한 것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오바마 당선 직후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에 대항해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위치한 칼리닌그라드에 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발표했었다. 미국 부시 행정부는 동유럽 미사일방어체제 계획은 러시아가 아니라 중동의 위협으로부터 동맹국들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사르코지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또한 15~16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신흥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에 공동 대처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러시아의 제안은 아주 좋은 방안으로 유럽연합의 (금융시장 규제) 제안과 매우 근접해 있다”며 “워싱턴 회담에서 강력한 제안을 하기로 했다는 러시아의 결정을 반긴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연합뉴스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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