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유럽 구제금융펀드’ 조성 불발되자
독·덴마크도 “예금 무제한 지급보증”
독·덴마크도 “예금 무제한 지급보증”
미국발 금융위기가 유럽에 본격적으로 전염되기 시작하자, 유럽 각국이 무제한 예금보호 조처와 구제금융을 푸는 등 급한 불끄기에 나섰다. 유럽 ‘4대국’(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의 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범유럽 구제금융 펀드 조성안이 불발에 그치자, 유럽 각국들이 강도 높은 조처를 취하며 저마다 살 길을 찾고 있는 것이다.
■ 예금보장 경쟁적 확산 유럽은 1999년 단일통화 유로를 출범시킨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브뤼셀의 브뤼헐연구소의 장 피사니 페리 소장은 5일(현지시각) <뉴욕 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유럽의 첫 실질적인 금융위기며, 이는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큰 위기”라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4대국의 긴급 회담이 별 성과 없이 끝난 직후, 독일을 비롯한 유럽 대다수 나라들은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 사태를 막기 위해 경쟁적으로 예금보호 확대 조처를 취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5680억유로(981조원)에 이르는 독일 은행의 모든 개인 예금계좌에 대한 지급보증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독일 정부가 저축예금 무제한 지급보증 조처를 취한 것은 유럽에서 아일랜드와 그리스에 이어 세번째다. 유럽의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움직임에 다른 나라들도 불가피하게 동일한 조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비비시>(BBC) 방송이 내다봤다.
곧장 다음날, 덴마크가 향후 2년 동안 350억크로나(8조14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국내 모든 은행의 예금지급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오스트리아도 예금보호 한도 상향조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주 예금보호 한도를 3만5천파운드에서 5만파운드로 확대한 영국에서도 자유민주당을 중심으로 독일과 같은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하지만 예금보호 강화 조처가 이어지면서 유럽연합 역내에서 자금 이동이 예상되는 등 금융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구제금융 확산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지만 얼어붙은 자금 시장과 부진한 증시가 좀처럼 회복될 기색이 보이지 않자, 유럽 정부들은 저마다 구제금융 조처에 들어갔다.
독일 정부는 5일 자국 2위 부동산 금융지주회사 하이포리얼이스테이트에 500억유로를 지원하는 새로운 구제금융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벨기에 정부도 이날 최대 금융회사 포르티스의 지분 75%를 프랑스의 비엔피(BNP) 파리바에 82억5천유로에 매각했다. 또 이탈리아 2위 은행 유니크레디트 이사회가 유동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추가로 30억유로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승인한 한편, 아이슬란드 정부도 연기금 운용체 및 주요 은행의 경영자들과 함께 국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미국과는 달리 유럽 정부들이 제 각각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역내 경제통합의 정도에 비해 규제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중앙은행이 역내 금리와 통화정책을 관장하고 있지만, 유로존 15개 나라의 중앙은행들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문제 해결을 위한 지역적 접근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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