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네덜란드 사이 마을 교류 “유럽통합 상징” 부각
독일과 네덜란드 국경 지대에 있는 한 마을. 최근 인구 40만명의 이 마을 집집마다엔 현관 문 앞에 두 나라 말이 함께 인쇄된 신문 <뷰렌>(‘이웃들’이란 뜻)의 창간호가 놓였다.
이 마을 공동체의 ‘더불어 산 반세기’를 기념하기 위해, 양국에서 3개 신문사가 공동기획하고 상대국 언어 번역판을 합쳐 내놓은 합작품이었다. 독일 주간 <슈피겔> 온라인판이 26일 이 마을을 유럽 통합의 상징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사례로 소개했다.
<뷰렌>의 창간 특집판에 실린 통계 수치들은 국경과 민족 장벽을 넘어선 ‘유럽 공동체’의 진화를 생생히 보여준다. 해마다 1600쌍의 독일-네덜란드 부부가 탄생하고 3천명의 독일 학생이 네덜란드에서 공부한다.
또 3만명의 독일인과 4만명의 네덜란드인이 각각 상대의 영토로 이주해 삶터를 꾸렸고, 매년 16만명의 네덜란드인이 독일 뮌스터공항을 이용하게 됐다. 양국어 신문 프로젝트에 참가한 독일 언론인 얀 하페르카테는 “유럽 국경을 개방한 1995년 솅겐조약의 발효 이후 양국 간 통합과정이 눈에 띄게 가속화돼 왔으며, 이 정도에서 멈추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침공을 받은 피해국이다. 그러나 통합이 진행되면서 상대에 대한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독일 남자와 결혼한 한 네덜란드 여성은 “결혼 계획을 밝히자 아버지가 내 여권을 내던져 버리려고 하셨지만 곧 현실과 화해했다”고 말했다. 이제 양국 간 결혼은 일상사다.
독일 뮌스터대학의 연구조사를 보면, 1990년대만 해도 네덜란드 젊은이들 사이에 독일에 대한 광범위한 편견이 있었지만, 지금 양국 젊은이들은 서로에 대해 훨씬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문화적 차이도 사라지고 있다. 독일의 유명 디스코장은 곧잘 ‘네덜란드의 밤’ 행사를 마련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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