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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금융한파 속 ‘봉주르 프랑스’의 비밀

등록 2008-09-28 22:22

① 은행대출-주택규제 엄격
② 영미권 견줘 분산투자 커
③ 투자·중개비중 25% 그쳐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선진국은 물론 러시아까지 금융위기에 휘청이지만, 프랑스는 유독 굳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26일 프랑스 금융 시스템을 ‘신중함’이란 단어로 설명하며, 월가발 금융위기 파동에서 프랑스가 건재한 이유를 설명했다.

프랑스 금융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위험’을 적게 떠안는 경영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프랑스 은행들은 대출 대상을 엄격하게 선정할 뿐 아니라,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서 분산 투자의 폭도 넓다. 특히 전체 금융업에서 투자은행과 중개업이 차지하는 비중(25%)이 낮고 소매금융 비중이 높아, 금융위기에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면모를 갖췄다.

‘위험 기피’ 현상은 비단 금융계 뿐 아니라, 일반 가계에서도 나타난다. 프랑스의 가계 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47%로, 영국의 절반 수준이다. 또 프랑스의 신용카드는 직불카드와 거의 다를 바 없어, 은행 계좌에 충분한 돈이 없을 경우, 즉각 거래가 중단된다. ‘신용’을 통해 미리 당겨 쓰는 소비가 거의 불가능해 ‘가진 만큼만 쓴다’는 소비 원리에 충실하다.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주택 시장에 대한 규제도 강력하다. 현재 프랑스의 주택보유 비율은 57%로 영국과 미국(70%)에 크게 못 미친다. 예금액이 많지 않으면 거액의 대출을 받는 것이 불가능한 엄격한 규제 탓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저가 주택을 대량 공급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주택 가격의 20%를 계약금(다운페이)으로 지불하고 모기지 상환 금액이 전체 수입의 30%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두 가지 원칙만큼은 여전히 강조한다.

이런 프랑스적 신중함이 이번 금융위기에 대한 ‘해법’이라고 섣불리 단정하긴 어렵다. ‘가진 것 만큼만 쓰는’ 방식을 통해 금융위기에서 타격을 적게 받았을지는 몰라도, 그만큼 성장이 뒤쳐지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1% 안팎에 머무는 등 형편없이 낮아, 2012년까지 유럽연합(EU)의 기준에 따라 균형예산을 달성한다는 목표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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