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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새 금융질서 구축’ 프랑스·독일 주도권 잡기

등록 2008-09-27 11:00

사르코지 “규제받는 자본주의 세우자”
독 재무도 “새 금융질서 변화 출발점”
프랑스와 독일이 잇따라 미국식 금융 자본주의의 종언과 새로운 금융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선언하고 나섰다. 유럽이 이번 금융위기로 재편될 국제 금융질서의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5일 전국에 생방송으로 중계된 연설에서 “20세기의 경제수단으로 21세기의 경제를 운영해 나갈 수는 없다”며 “총체적인 금융 및 통화 시스템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사르코지는 “지금의 위기는 자본주의 자체의 위기가 아니라 자본주의적 가치에서 멀어지고 배반한 시스템의 위기”라며 미국식 자본주의의 병폐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자본주의가 근면한 노동과 공정한 보수라는 도덕을 기초로 다시 설립돼야 하며, 국가와 시장의 새로운 균형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르코지는 앞서 23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금융위기를 논의할 주요8국(G8) 정상회의를 오는 11월에 열자며 “금융활동이 전적으로 시장 운영자들의 판단에만 맡겨지지 않는 ‘규제받는 자본주의’를 함께 세우자”고 말했다.

페어 슈타인브뤼크 독일 재무장관은 25일 자국 의회 연설에서 “미국은 금융의 ‘슈퍼 파워’ 지위를 잃고, 세계 금융시스템은 다극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시아·중동·유럽의 견실한 펀드와 은행들이 새로운 금융시스템에서 더 큰 구실을 할 것”이라며, 이는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슈타인브뤼크 장관은 미국과 영국식 신자유주의 금융시스템을 겨냥해, “앵글로-색슨 모델은 수익을 과장되게 가져다 붙이는 식”이라고 깎아내렸다.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20일 “이제 미국과 영국조차도 투명성과 감독 기관의 기준 강화 등을 주장하고 있으니, 우리(유럽)는 한걸음 더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무장관은 25일 많은 유럽 국가가 산적한 세계 문제를 좀더 유리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 아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입장을 정했다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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