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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월가 황금기 끝났다” 수만명 일자리 잃을듯

등록 2008-09-17 19:16수정 2008-09-17 23:57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의 전광판에 16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는 뉴스가 전해지고 있다.  뉴욕/AP 연합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의 전광판에 16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는 뉴스가 전해지고 있다. 뉴욕/AP 연합
찬바람 부는 뉴욕 금융권
메릴린치·AIG외 기업도 혹독한 구조조정 예고
“슈퍼 거품 붕괴” “주기적 위기 불과” 의견 갈려

16일 맨해튼 중심가의 메릴린치 본사 앞.

롤스로이스와 재규어 차창에 비친 얼굴을 들여다보던 이 회사의 한 직원이 동료에게 물었다. “도대체 믿기니?” 최고급 승용차는 월가가 대변하는 ‘부’와 ‘성공’의 상징이지만, 이젠 그들의 것이 아니다.

세계 금융자본주의의 메카였던 뉴욕 월가에 삭풍이 몰아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16일 “옛 월가가 새로운 시대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며 “월가의 전성기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신문은 투자은행들의 덩치와 이익이 줄어들고, 금융 관련 직장은 찾기 힘들며 월가의 규모도 축소될 것이란 전망은 냉엄한 현실이라고 보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최고경영자인 케네스 루이스는 15일 메릴린치 인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황금시절에서 벗어났다”며 “갈수록 힘들어지고, 살아남는 기업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트 직장인에서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한 월가 금융회사 직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2만5천여명의 직원을 둔 리먼브러더스 조사연구부문의 한 직원은 15일 <에이피>(AP)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이런 일이 닥칠 거라곤 정말 몰랐다. 누군가는 리먼을 인수할 줄 알았다”며 “다른 어떤 옵션도 이보단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릴린치 쪽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에이비시>(abc) 방송은 16일 “메릴린치의 많은 직원들이 자사를 인수한 뱅크오브아메리카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지만, 메릴린치 직원들의 희망대로 고용승계가 이뤄지거나 해고 폭이 제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뉴욕 타임스>는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비용절감 기업으로 유명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미국의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발간하는 <무디스 이코노미 닷컴>은 이번 금융위기로 뉴욕에서만 2만여명이 일자리를 잃고 2010년까지는 월가를 중심으로 한 뉴욕의 실업자가 6만5천명으로 늘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와중에 휼렛패커드는 16일 2만5천명 감원을 발표했다. 신용 위기에 몰린 에이아이지(AIG) 직원들도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월가의 금융부문 근로자는 고임금 덕에 다른 부문 근로자 4명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위기의 파장이 미국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뉴욕 금융시장은 뉴욕주의 주도인 올버니의 전체 세수입의 20%를 담당해 왔다.

월가의 금융위기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4~5년마다 침체 또는 위기가 주기적으로 되풀이되었지만 금세 극복해 왔다는 주장과, 현재의 사태는 30년에 걸친 금융부문 신용의 ‘슈퍼 거품’이 종말을 고했음을 상징한다는 견해가 맞선다. 어느 쪽이 맞든지 월가에선 한동안 고통스런 구조조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뉴욕 솔로몬투자은행의 피터 솔로몬 회장은 “기업이 비용을 줄이려면 직원을 해고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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