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협력기구 회담서 ‘원칙적 수준’ 선언 그쳐
그루지야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태도에 서방이 ‘신냉전’이라고 비난한 데 이어, 과거 우방국들도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외교 고립’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다.
타지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28일 그루지야의 ‘폭력사태 유발’을 비난하며 회원국들에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이날 채택된 선언은 “그루지야 사태 해결을 위한 6개 평화원칙을 지지하며, 역내 평화와 협력을 이루기 위한 러시아의 적극적 역할을 지지한다” “무력은 결코 지역분쟁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등 ‘원칙’을 확인했을 뿐이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를 그루지야로부터 독립시키려는 심산이지만, 중국은 자국의 티베트·신장의 분리독립 움직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아시아 나라들은 미국·유럽과의 관계를 해치고 싶지 않다. 카자흐스탄은 탄화수소 분야에서 서방의 투자를 대거 끌어왔고, 키르기스스탄은 미 공군 기지 유치의 수익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라고 <에이피>(AP) 통신이 지적했다.
상하이협력기구는 2001년 중국·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 6개국이 역내 협력을 위해 시작한 국제기구로, 해마다 한 번씩 러시아 알파벳 순서에 따라 돌아가며 정상회담을 한다. 이번 회담에는 이밖에도 이란·인도·파키스탄·몽골 등 4개 참관국과 아프가니스탄 대통령도 참석했다.
김외현 기자,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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