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오세티야·압하지야, 러에 주권 인정 촉구
26일 의회표결…CNN “미, 군함 흑해 파견 방침”
그루지야 안 자치 지역인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가 분리독립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그루지야 사태가 다시 경색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러시아가 이들의 독립을 지원하겠다는 강경 태도를 ‘노골화’하고 있고, 미국 등은 이에 맞서 그루지야의 영토 주권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평화중재안으로 휴지기에 들어간 그루지야 주변이 불안해지고 있다.
압하지야의 지도자 세르게이 바가프쉬는 20일 “그루지야와 압하지야 간 분쟁 해결이 더이상 가능하지 않다”며 러시아에 압하지야 공화국의 주권과 독립을 인정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보도했다. 독립 승인 뒤 러시아군의 자국 주둔을 내용으로 하는 협정을 맺어, 제3자의 침입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남오세티야의 지도자 에드워드 코코이티도 이날 “며칠 안에 러시아에 독립 승인을 호소하는 선언문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남오세티야가 독립 선언 뒤,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의 북오세티야로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전쟁 전까지, 두 자치 지역에 대한 독립 요구를 무시하진 않되 그루지야의 영토 주권도 존중하겠다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왔던 러시아는 최근 이들의 독립에 대한 강한 지지 뜻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14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의 주민들의 결정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러시아 연방의회(상원)는 26일 두 지역의 독립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표결에 나선다. 세르게이 미로노프 러시아 연방의회 의장은 20일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의 독립을 승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두 지역의 독립 문제에 대한 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러시아는 전날 프랑스가 그루지야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안보리에 제시한 결의안을 거부한 뒤, 이날 별도의 결의안을 내놨다. 애초 지난 12일 프랑스가 중재했던 휴전안에 담겨 있던 “국제적인 체계가 수립되기 전까지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추가적인 안전보장’ 활동을 한다”는 대목과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에서의 지속적인 안정을 추구하기 위한 국제적 토의를 개시한다”는 내용이 빠졌다는 게 이유다. 이에 알레한드로 울프 유엔 주재 미국 대리대사는 “이 결의안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러시아 쪽의 해석에 대해 도장을 받으려는 시도”라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러시아가 그루지야를 떠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추가적인 안전보장’ 활동을 위해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주변 그루지야 영토에 완충지대를 설정할 뜻도 밝혔다. 이날 아나톨리 노고비친 러시아군 부참모장이 완충지대에 18군데의 감시초소를 세워 총 450명의 러시아군 병력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모스크바타임스>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미국이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을 무릅쓰고 폴란드와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배치하는 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인도적 지원 물자 수송을 이유로 이지스급 1척을 비롯해 군함 3척을 흑해로 파견할 방침이라고 <시엔엔>(CNN) 방송이 보도하는 등, 그루지야 사태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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