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식욕 떨어뜨리는’ 영국 요리쇼

등록 2008-07-27 22:42

<제이미스 파울(fowl) 디너스>(사진)
<제이미스 파울(fowl) 디너스>(사진)
‘제이미스 파울 디너스’
양계과정 잔인성 방영
유통업체에 개선 촉구
인기 요리사인 진행자가 살아 있는 병아리들을 무대 위에서 가스로 질식사시킨다. 요리 쇼를 기대한 방청객은 흠칫 놀란다. 진행자는 함께 무대에 선 업계 관계자에게 “산란계의 수평아리는 세계 어디서나 이 같이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며 “처리된 병아리는 동물원이나 사료공장에 보내진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지난주 오스트레일리아의 <네트워크10>이 방영한 <제이미스 파울(fowl) 디너스>(사진)에서 식욕을 떨어뜨리는 장면은 이뿐만이 아니다. 다닥다닥 늘어선 철창 속에 서로 부대끼며 하루 한 개꼴로 알을 낳는 산란계 암탉들은, 스트레스를 받다 못해 깃털이 숭숭 빠졌다. 가만히 기계처럼 알만 낳는 이른바 ‘배터리 닭장’의 실태다.

미국에서 품종개량된 육계는 부화한 지 39일 만에 큰 닭이 돼 ‘생을 마감하는 시점’을 맞는다. 몸집의 성장 속도를 감당 못 하는 다리 탓에 걸음도 시원치 않아, 마치 ‘다우너’ 소들처럼 넘어지고 주저앉는다. 분뇨가 처리되지 않아 생긴 축사의 암모니아로 닭들은 다리에 화상을 입었다. 제목의 ‘파울’(fowl)은 ‘닭’을 의미하지만 ‘역겹다’(foul)는 의미가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요리 쇼는 끝날 무렵에야 나온다. 공장형으로 키워진 닭과, 야외에 풀어놓고 키운 닭의 달걀·고기를 비교 시식해보는 것이다. 방청객들은 “방목한 쪽이 더 맛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 프로그램은 영국의 <채널4> 방송이 지난 1월 제작·방영했다. ‘저가 닭고기·달걀 퇴출’이란 야심을 내건 인기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33)와 다른 두 명의 요리사가 잇따라 출연·제작한 시리즈 <빅 푸드 파이트>의 한 꼭지다. 프로그램의 반향은 컸다. 방영 석 달 뒤 일간 <가디언>은 “방목형 양계장 달걀의 소비량이 축사 생산 달걀 소비량을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올리버와 휴 펀리위팅스톨 등 출연 요리사들은 대형 유통업체들과 직접 마주 앉아 닭고기·달걀 유통의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6월 동물학대방지협회(RSPCA) 상을 받았다.

<제이미스…>의 상륙 소식에 긴장한 오스트레일리아 닭고기협회는 프로그램 방영에 앞서 “우리는 영국과 양계 환경이 다르다. 닭장에서 키운 육계는 없다”는 해명자료를 냈다. 한국에서도 <제이미스…>는 지난 주말 한 케이블방송에서 소개됐다.

올리버는 2005년에도 <제이미스 스쿨디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 급식 개선 캠페인에 앞장섰다. 충분하지 않은 재정으로 냉동식품과 정크푸드에 익숙해진 아이들의 입맛에 맞는 식단을 개발한 공로에, 그는 ‘모든 영국인이 사랑하는 요리사’로 불린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