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 절반 바꿔…대통령 의회연설 등 권한 강화 논란
프랑스 헌법이 1958년 ‘제 5공화국’ 출범 이후 가장 큰 변신을 겪게 됐다. ‘이원집정부제’ 성격을 강화했으나, 대통령의 의회 연설을 허용한 것을 두고, 대통령의 권한이 더 커졌다는 반발도 나온다.
프랑스 의회가 21일 베르사유 궁전에서 상·하원 합동 특별의회를 열어 대통령과 정부, 의회의 역할을 새롭게 규정한 개헌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539표, 반대 357표로 승인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프랑스는 지금까지 24차나 개헌을 했지만, 89개 헌법 조항의 절반 가량을 바꾸는 대대적 손질을 하는 것은 반세기 만에 처음이다.
우선 개헌안은 대통령의 임기를 중임제(임기 5년, 연임 1회)로 제한했다. 의회의 권한도 크게 강화했다. 대통령의 집단 사면은 의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대통령이 임명한 주요 공직자에 대해 의회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외 파병 때 사흘 안에 의회에 통보해야 하며, 파병 기간이 4개월 이상일 경우엔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와 함께 개헌안은 유럽연합(EU) 신규 회원국 가입 안건이 의회에서 승인받지 못할 경우, 국민투표에 부쳐 국민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언제든 의회에 출석해 정부 정책을 직접 설명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을 놓고는 논란이 일었다. ‘권력 분립’을 지킨다는 상징적 이유로 프랑스에선 1875년 이후 단 한차례도 대통령의 의회 연설이 없었다. 사회당 등 야당 일각에선 “대통령의 권한이 독재정치가 가능할 정도로 확대됐다”고 반발했다. 프랑스가 ‘이원집정부제’이나, 실제적으론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만큼, 총리의 권한만 더 약화시킬 것이라는 게 반론의 요지다.
이번 개헌안 통과로 역대 최저 지지율로 고심하고 있는 사르코지는 정치적 실익을 챙기게 됐다. 비록 개헌안 통과요건(재적의원 5분의 3)을 1표 차로 충족시켰지만,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냈기 때문이다.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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