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서 회담…리스본 조약·식료품값 인상 의견차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들이 19~2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담을 열었다. 아일랜드의 리스본 조약 부결과 기름값·곡물값 급등 해결이 주요 의제지만, 각국의 견해 차가 커 해결책 마련에 진통을 겪고 있다.
■ 리스본 조약 유럽연합 정상들은 이날 아일랜드가 국민투표 부결 사태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좀더 시간을 주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다음달부터 유럽연합 의장국을 맡는 프랑스가 “리스본 조약의 비준 없이는 유럽의 확장도 불가하다”고 경고해 파문이 일고 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19일 전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이날 “이번 정상회의에선 리스본 조약에 관한 중요한 결정이 내려지기 어려울 것 같다”며, 리스본 조약을 살리기 위한 해법은 오는 10월 정상회의에 가서야 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투표 결과를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아일랜드 쪽 주장을 수용한 내용이다.
회의에 앞서 아일랜드 제외 비준 추진이나 조약 재협상 등의 ‘해결안’도 거론됐지만, 독일이 ‘아일랜드 제외’안을 수용치 않는데다 지나친 비준 압박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대책 마련은 뒤로 미뤄졌다.
그러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개혁안(리스본 조약)을 반대하면서, 확장에 찬성할 순 없는 일”이라며 ‘조약 우선’을 강조했다. 그는 아일랜드 국민투표 부결 사태가 초래한 정치적 위기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회원국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혀, 새로운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 기름값·곡물값 급등 시급한 민생 현안인 기름값·곡물값 폭등 대책을 놓고서도 정상들은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프랑스는 기존의 입장대로 유류세 인하 방침을 굽히지 않았지만, 독일·스웨덴 등은 반기를 들었다. 유가가 장기적으로 하락하기 힘든만큼, 세금 인하나 보조금 정책으로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힘들다는 것이다.
전 유럽으로 번진 트럭 운전사, 어민들의 집단 시위 등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유럽연합은 취약 계층에 대한 긴급 지원 조처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데페아>(dpa) 통신이 20일 전했다. 구체적으로 빈곤층 긴급 식량 지원 예산 확대(연간 3억유로→5억유로)와 어촌 선박 한 대당 3만유로까지 지원 등이 제시됐으며, 개발도상국 농업 부문 지원(금액 등 미정) 등 장기 대책도 포함됐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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