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 비준 중단 촉구…EU정상 대책마련 고심
유럽연합(EU)의 ‘미니 헌법’인 리스본 조약이 아일랜드의 국민투표에서 부결되자, 유럽 각국 정부들이 리스본 조약의 불씨를 살릴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아일랜드가 재투표는 불가능하다고 사실상 못박은데다, 영국 보수당마저 현재 의회 마지막 단계에 있는 비준 절차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연합 대다수 회원국들은 이미 18개국이나 조약을 비준했다는 점을 들며, 나머지 회원국들의 비준 절차를 계속 밟아간다는 방침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14일 “아일랜드의 (리스본 조약) 부결로 또다른 어려움에 봉착했다”며 “다른 국가는 ‘아일랜드 사건’이 위기가 되지 않도록 비준을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럽연합에 회의적인 영국 정부도 아일랜드 투표 결과에 관계 없이 의회 비준 절차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유럽연합 정상들은 오는 19~20일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어, 브라이언 카원 아일랜드 총리에게 부결의 원인과 대책을 물은 뒤 향후 대책 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 △조약 부분 수정 뒤 아일랜드에 재투표 요청 △회원국들의 비준 절차 중단 뒤 조약 재수정 △26개국 비준으로 조약 우선 발효 △조약 폐기 등 4가지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디펜던트>는 브뤼셀 회의에서 아일랜드에 대한 재투표 압박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15일 전했다. 리스본 조약이 진통 끝에 마련된 전력에 비춰볼 때, 전면 재협상 등이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사실상 재투표 불가 방침을 밝히고 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아일랜드는 2001년에도 리스본 조약의 전 단계인 ‘니스 조약’을 국민투표로 부결시켰다가 1년여 만에 재투표로 통과시킨 전력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높은 투표율 때문에 재투표 실시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일랜드를 제외한 26개국의 비준으로 조약을 우선 발효하는 방안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리스본 조약은 유럽연합 가입국 27개국의 비준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영국 보수당이 의회 비준 중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걸림돌이다. <비비시>(BBC) 방송은 보수당이 “지금은 중앙집권화 정책을 포기하고 지구 온난화와 빈곤 문제 등 실질적 문제를 논의할 때”라며 리스본 조약의 의회 비준 중단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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